오래 전 MBC FM '영화 음악실'이라는 프로그램의 구성작가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라디오에서도 비인기 프로그램의 구성작가로서 사실 수입은 매우 적었고, DJ는 대개 MBC 소속 아나운서들이 1년마다 로테이션으로 담당을 했으며, PD들 역시 매년 개편 때마가 바뀌면서 순환 보직으로 잠시들 지나가는, 새벽 시간대의 땜빵용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PD와 새로운 아나운서 DJ가 몇번 지나갈 때 즈음,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연극배우 겸 동시통역사 배유정이라는 여자가 DJ로 나타났다. 속으로 '뭔 빽이 있는 친구겠구만"이라고 생각했고,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행복한 내 취미 생활을 계속하면 될 뿐이었다.

DJ 배유정은 예상대로 영화를 거의 모르다시피 했지만, 지겨웠던 무색무취 아나운서들 보이스에서, 비록 무명이지만 감정이 담긴 배유정의 리딩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역시 무명 연극 배우도 아나운서들 정도는 가볍게 날리는구만...^^" (사실 나는 아나운서라는 직종이 지금도 존재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문제는... MBC의 여자 아나운서들은 워낙들 이쁘기 때문에 사실 매우 작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녹음 혹은 생방 진행하는 동안 눈은 즐거웠다. (특히나 김주하의 신입 리즈 시절은 충격적으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새로온 DJ 배유정은 이쁘지도, 늘씬하지도 않았고, 나이도 제법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이 친구 못견디고 제발로 그만두게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을 했다.ㅋㅋ

나의 흉계가 본격화 되려던 어느 시점에, 우연히 회식자리에서 '스타워즈'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그날이 나에게는 대한민국에 태어나 처음으로 광선검에 광분하는 동지를 만난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나는 "배유정을 영화음악실 사상 최고의 DJ로 만들자"고 결심을 했다...^^

'스타워즈' 리뷰란 이런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실 1977년부터 지금까지 그다지 인기가 없다.

존 윌리암스의 테마가 1초만 흘러도 흥분하는 전세계 스타워즈 패미리들의 축제가 한국에서는 펼쳐진 적이 없었고, 전세계 주요 대도시 번화가에 '스타워즈' 피규어 전문점이 없는 나라도 한국 밖에 없다. 결국 해외에 나갈 때마다 스타워즈 피규어를 사오는 것은 나의 습관이 되었다.

개봉 삼일째인 일요일 오후 10시 GGV, 나를 포함하여 모두 6명이 스타워즈를 보며 전율에 떨고 있었고, 그중 2명은 70세 즈음의 노부부였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도 일어서는 사람은 없었고, 마침 거리에는 눈이 내리는 가운데, 나는 주차장에서 차를 빼고 있는 노부부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다음주 일요일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서 나와 그 노부부 3명 만이 다시 전율에 떨고 있을 것이 분명하고, 나는 래어 아이템이자 포장도 뜯지 않은 DVD롬 시절의 '스타워즈 올드 리퍼블릭' 미제 게임 패키지를 선물로 들고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