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 음악 평론가] KBS2의 '더 유닛'은 정말이지 나로서는 이해 자체가 안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케이블 제작이라면, 브레인스토밍 끝에 머리를 쥐어 짜서 나름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가 있다. 그런데 KBS는 공영방송이다.

사진출처 = KBS '더 유닛' 공식 트위터

1977년 'MBC 대학 가요제'는 1975년 대마초 파동으로 당대 톱가수들이 전멸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탄생했고, '나 어떡해'라는 메가톤급 명곡은 물론 이후 배철수의 송골매, 김창완의 산울림, 심수봉, 임백천, 노사연 등등 훌륭한 가수 혹은 밴드들이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며 대마초 파동의 공백을 메꾸어 나가게 된 초석 역할을 했다.

메이저 리그 (MLB) 예를 드는 것도 좋을 듯 하다. 90년대 노조 파업, 월드 시리즈 무산, 마이클 조단과 NBA의 폭발이 겹치면서 미국에서 야구는 인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무리하게 아리조나와 탐파베이라는 두개의 팀이 늘어 나면서 우수한 선수 부족 현상까지 겹치게 되었다.

그 공백을 메꾸고자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려 노모와 박찬호 등의 아시아 선수들도 메이저 리거가 되는 기회를 얻게된 것까지는 좋았지만, 욕심이 과하여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눈감아 준 덕분에 결국은 배리 본즈 사태를 맞이하고 '약물의 시대'라는 오명을 남기게 된다.

지금 우리 가요 혹은 케이팝에 아이돌이 모자란가? 아니면 아이돌이 과잉 상태인가?

내 판단에, 지금 우리 케이팝은 아이돌이 충분하고도 넘쳐 난다. 모자란 것은 립싱크나 칼군무에 기대지 않고도 리스너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가창력 혹은 재능을 가진 가수들과 싱어송라이터들이다. 

시장과 인력이 우리의 열배 백배가 넘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항상 애타게 찾는 것은 훌륭한 싱어송 라이터 혹은 밴드들이다. '히트메이커'라 불리우는 프로듀서와 틴판앨리 (공장형 작곡가 군단)는 모든 시대에 몇 명이 되지 않게 마련이며, 결국은 직접 작사하고 작곡하여 곡을 발표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대중음악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케이팝은????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등의 뇌운동이 정지한 프로듀서들과 창작력이 고갈된 틴판앨리들의 놀이터 이상도 이하도 아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굳이 부연설명할 필요 조차도 없을 듯 싶다.

공영 방송 KBS 라면, 이미 넘쳐나는 아이돌을 리부팅해서 재활용까지 할 것이 아니라, 케이팝과 가요를 위해서 그 옛날 'MBC 대학 가요제' 처럼 싱어송라이터들을 찾아 내고, 북돋우어 스타덤에 올려 놓는 아이디어를 모색해야만 한다. 

당장 '뮤직뱅크' 부터 영국 BBC의 'TOTP' 처럼 정상화할 아이디어들이나 궁리하면 좋으련만....모르면 배우고 공부를 하던가...좋은 대학들 나와서 어렵게 KBS에 근무하는 행운을 누리는 고급 인력들이 모여 앉아서 폐품 아이돌들 리부팅 프로젝트?? 머리에 총들 맞았나?

( ** 라이브엔은 2017년 3월 부터 MBC 방송작가, 싸이더스 iHQ 영화제작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음악 평론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인 이상무 씨의 케이팝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