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2014년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울보 권투부’를 방영한다.

■ 방영작품 정보

- 감독/기획/촬영/편집 : 이일하

- 출연 : 도꾜조고 권투부 아이들, 김상수 선생님

- 장르키워드 : 다큐멘터리

- 시간 : 86분

- 개봉 : 2015년 10월

■ ‘울보 권투부’ 줄거리

“우리는~ 울보 권투부예요!”

‘진짜‘ 남자를 꿈꾸는 ‘울보’ 소년들이 뭉쳤다. 땀범벅, 눈물범벅, 콧물범벅이 된 채 고교생활의 마지막 단체경기를 준비하는 소년들이 있다. 타고난 체력 zero, 뛰어난 기술 zero, 막강한 파워 zero…. 이 녀석들 정말 권투부가 맞는 걸까?

사진 제공 : KBS

■ ‘울보 권투부’ INTRO

“복싱은 제가 조선인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었고 나아가 조선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링 위에서는 실력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습니까? ‘조선인은 강하다’라는 것을. 마음과 마음의 한판승부, 프라이드와 프라이드의 격돌 같은 느낌이지요. 링 위에 올라서면 재일동포, 민족 같은 개념들은 사라져요. 오직 주먹과 주먹만이 있을 뿐입니다” - ‘울보 권투부’ 中

■ ‘울보 권투부’ 스페셜 키워드 첫 번째, ‘조선적’…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의 조선반도를 의미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중 한국이나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적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일본에 귀화하지도 않은 이들을 뜻한다. 1947년,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자 내국인으로 간주하던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일괄적으로 ‘조선’ 국적을 부여했다.

한반도 출신으로 일본에 남아 있던 약 60만 명의 조선인의 국적을 조선으로 표시한 것이다. 1965년 한ㆍ일 국교정상화 이후 재일동포들은 조선에서 한국으로 국적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남과 북 어느 곳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은 조선적으로 남았다. 즉 이들은 남과 북 어느 곳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우리들은 재일동포 3세, 4세가 대부분입니다. 혹은 5세도 있어요. 저의 국적은 ‘조선적’인데요. 조선적≠북한 국적. 조선적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의 조선반도를 의미합니다. 동무들의 반은 조선적, 반은 한국 국적이에요. 하지만 우리들은 아무도 국적에 신경을 안 씁니다.” – ‘울보 권투부’ 中

■ ‘울보 권투부’ 스페셜 키워드 두 번째, ‘고교무상화’…고교무상화 정책을 조선학교에만 적용하지 않은 일본

2010년 4월, 일본정부는 일본 내 모든 학교에서 시행한 고교무상화 정책을 조선학교에만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동포사회에 충격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유엔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되어 있는 ‘법 앞에 평등’, ‘평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이러한 행태는 국제적 비난까지 자초하고 있다.

일본 내 조선학교 학생들이 무상화 적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일본 내 뜻있는 시민단체를 비롯해 한국의 ‘몽당연필’, ‘우리학교를 지키는 시민모임’ 등이 현재에도 무상화 적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항의 집회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우리들은 일본 국민은 아니지만 일본 국민과 똑같이 근로, 납세, 교육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수없이 ‘어이 조선 춍, 춍’ 이런 말들을 들어왔습니다. 차별을 당해왔습니다. 그럴 때 우리들의 기분을 생각해봐 주십시오. 당신들의 차별에 의해 우리들의 상처는 더 강하고 견고하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선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상처의 딱지가 점점 더 커져가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의 기회, 권리를 빼앗지 말아주세요!” – ‘울보 권투부’ 中

■ ‘울보 권투부’ 핵주먹을 꿈꾸는 솜뭉치 군단이 온다

영화 '울보 권투부'의 ‘진짜’ 남자가 되고 싶은 ‘울보’ 소년들이 그 주인공. 먼저, 뛰어난 책임감으로 부원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유삼’, 장난기 가득한 성격이지만 누구보다 진지하게 권투를 좋아하는 ‘원호’, 훤칠한 키에 새하얀 피부로 여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인 ‘경우’, 전국고교 종합체육대회에 진출한 에이스이자 권투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승응’ 등 땀범벅, 눈물범벅, 콧물범벅이 된 채 남자의 상징인 권투 연습에 매진하는 울보 아이들의 모습은 캐릭터 다큐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킨다.

이일하 감독은 “'울보 권투부' 주인공들은 정말 권투가 좋아서 하는 아이들이다.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는,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감독의 전언처럼 '울보 권투부'는 각자의 꿈을 향해, 그리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고교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을 통해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친구들과 울고 웃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아를 찾기 위해 나아가는 진정한 과정이 맞지 않느냐고 '울보 권투부'는 끊임없이 묻고 있다.

■ '울보 권투부' “꿈을 향해 청춘을 불사르는 청춘들의 강펀치!”

'울보 권투부'의 말미, 졸업을 앞두고 학교를 떠나는 제자들에게 권투부 김상수 코치는 이런 말을 남긴다. “권투를 통해서 기술, 기량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고 싶다. 경기의 승패보다도 고된 훈련으로 키운 정신력이 사회에 나가면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학생들에겐 졸업 후의 인생이 훨씬 길기 때문에 권투부에서 배운 것이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기쁠 것이다”라고.

'울보 권투부'의 배경이 되는 곳은 도꾜 조선 중고급학교.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며 일본 사회 속에서도 민족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조선학교’다. 현재 조선학교는 일본 정부의 무상화 정책에서 유일하게 배제되어 재정적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1945년 해방 직후, ‘조선적’이라는 국적을 일괄 부여 받은 재일동포들은 특수신분으로서 일본에서 괄시를 받고, 한국에서는 친북계로 낙인 찍혀 입국조차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학교’라 불리는 조선학교는 한때 160여 개가 있었으나 지금은 7, 80개교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단순히 우리말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재일동포들의 만남의 장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학교가 처한 현실이 바로 이러한 것이다.

멀고도 낯선 존재였던 ‘조선학교’를 알린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2007), 60만 재일동포의 염원을 마음에 품고 전국 제패에 나선 조선학교 럭비부 선수들의 이야기 '60만 번의 트라이'(2014)를 통해 ‘우리학교’가 관객들에게 소개되어 왔으나, ‘우리학교’가 처한 현실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역사에서 잊혀진 존재,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이들의 현재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울보 권투부'는 또 하나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차별을 딛고 혹은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스포츠에 몰두하는 특별한 아이들의 모습이 아닌, 자기 인생의 중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가고, 치열한 청춘의 시간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울보 권투부'는 기존 재일동포 영화들과는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울보 권투부’는 5일 밤 12시 30분 KBS 1TV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