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 음악평론가] 한가한 주말 저녁 네이버 연예란을 살피다 보니, 모 매체 기자의 방탄소년단과 서태지 비교 기사 혹은 평이 눈에 들어 온다.

보통의 기자들 처럼, "모 평론가의 말을 빌리자면"이라든가 "모 음악 전문 사이트의 평가에 의하면" 같은 인용 어구없이, 본인 멋대로 대중음악을 평하고 아티스트를 비교하고 결론까지 내리고 있다.

전문 지식이 없다보니 내용은 네티즌들의 블로그나 댓글 수준이고, 그렇게 내린 결론은 방탄소년단 팬클럽 자유 게시판에나 꼭 어울릴 법 한 팬심 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요즘 음악 전문 블로거들도 연예부 기자 정도의 지식으로는 말을 주고 받기도 힘들 만큼 수준들이 높다.

사진= 라이브엔 김기태 기자

우선 서태지가 왜 높이 평가받는 지에 대한 이유부터 이 기자에게 설명을 해주어야 겠다.

기자는 사회비판적인 메세지로 당대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무슨 대단한 업적으로 생각하나 본데, 그런 정도는 이미 70년대에 포크 가수들도 다 했던 일이고, 굳이 메세지로만 따지자면 군사 독재 정권 시절인 70년대에 포크 가수들의 중의법 사용술이 한 수 위였으며, 서태지와 동시대에도 우리에게는 김광석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서태지가 가요사에서 위대한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마치 팝에서 록앤롤의 등장과 마찬가지로, 서태지 부터 대중음악이 세대별로 구분되는 분기점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서태지 등장 이전 제3세계권 지구 문화 변방국이었던 한국에서는 흔히 말하는 세계적 트렌드와 가요가 손에 손을 잡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랩과 록 뮤직을 퓨전하는 하드코어가 미국에서도 태동기였던 시점에, 제3세계권 국가인 한국에서 "컴백홈"이나 "필승" 같은 곡에 더 나아가 솔로 시절의 '울트라맨'을 만들어서 대박을 냈다는 것은, 지금 돌이켜 보아도 믿어지지가 않는 사건이었다. 당연히 기성 세대들은 첨단 하드코어 가요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고, 당시 앵그리 영 맨 시절에 속해 있던 젊은 세대에게 서태지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었다.

물론 서태지 이전에도 신중현이나 산울림의 김창완 같은 천재들은 당대 세계적인 첨단 트렌드를 따라 블루스 록 혹은 펑크를 가요에 도입하기도 했었지만, 그들이 살던 시대의 한국은 이를 수용할 능력이 없는 문화 후진국이었다. 그런 면에서 서태지는 산업혁명에 낙오하여 제3세계 국가였던 대한민국이, IT 혁명 시대에 동참하여 지구 문화촌 입장권을 받던 90년대에 등장하였기 때문에, 이런 신드롬이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자면, 이수만 류 일당들이 엔화 벌이 하다보니 지금 시대 한국의 메인 스트림으로 조작된 아이돌 뮤직은, 세계 대중음악 트렌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아시아 로컬 뮤직이고,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논할 대상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케이팝 아이돌 뮤직의 원산국인 일본에서는 아이돌과 아티스트계라는 표현을 별도로 사용하며, 음악 평론가들은 AKB48이나 노기자카46에 대하여 일체 거론하지 않는다. 아이돌 본인들이나 프로듀서들 조차도, 절대로 "음악 어쩌구"라는 표현을 하지 않으며, AKB를 만든 장본인인 아키모토는 최근에 "원래 이런 놀이용으로 AKB를 만든 것이 아닌데 장기 불황, 비디오 게임등과 맞물리며 거대 산업화 되는 바람에 내 의도와는 다르게 변질 되었다. 본래는 노래와 춤, 연극을 동시에 라이브 무대에서 매일 진행하는 현대판 '게이샤' 팀을 만들려 했던 것이었다"고 기자회견을 통하여 최근에 밝힌 바가 있다.

평론가나 전문가는 놔두고 음악 애호가 수준만 되어도, 방탄소년단이던 엑소던 빅뱅이던 간에, 이런 류 아이돌들을 가수라고 부르는 것조차도 창피해야 정상이다. 오죽하면 2천년대 부터는 가요에서 음악 평론가들이 사라져 버리고, 이 매체의 기자를 위시한 리포터들이 왈가왈부하는 시장이 되었겠는가.

혹시나 몰라 아이돌과 가수의 가장 기본적인 구분 방식부터 설명해 주고 맺어야 겠다.

프로듀서 혹은 회사가 주체가 되어 오디션 공고를 내고 그 중 몇을 선발하여 한 팀으로 묶어 장기 계약을 맺은 뒤에 곡도 사다주고 트레이닝도 시키고...이게 바로 아이돌이고, 이미 미국과 영국에서도 60년대에 아이돌들이 대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강제 군입대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이 발생하기 까지를 가리켜 팝의 암흑기라 부르며, 이 시기를 틈타 등장한 프로듀서 + 틴판앨리 (공장형 작곡가) 팀들이 이쁘장한 아이돌들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필 스펙터 + 캐롤 킹 사단이었고, 이후 몽키즈의 시대를 거쳐 근래에는 스파이스 걸즈와 백스트리트 보이즈 그리고 '어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으로 유명해진 프로듀서 사이몬이 제작하는 아이돌들 등등이다. 아이돌 뮤직은 대개 영화에서 시대를 알리는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곤 하는데, 음악적으로는 대부분 언급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급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비틀즈처럼, 아이돌이었다가 천지개벽할 뇌의 지진이 일어나 직접 레이블을 만들고 가수 혹은 아티스트로 변모한 말도 안되는 사실상 유일한 경우가 있기도 하며, '다이애나'의 폴 앵카 처럼 30대에 접어들고 아저씨가 된 다음에 정상적인 가수가 된 경우, 또는 80년대의 두란 두란 처럼 겉모습은 분명히 아이돌인데, 음악 수준은 싸구려 취급하기 좀 애매한 경우도 있기는 하다.

중요한 점은, 방탄소년단이나 엑소 ,빅뱅 혹은 아이유가 그럴 확률은 매우 낮아... 솔직히는 전혀 없어 보이며, 하물며 지금 현재는 그저 케이팝 아이돌들이다.

( ** 라이브엔은 2017년 3월 부터 MBC 방송작가, 싸이더스 iHQ 영화제작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음악 평론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인 이상무 씨의 케이팝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