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 음악 평론가] 무더운 여름에는 나처럼 평생 음악 듣는 것이 취미이자 일인 사람도 음악 보다는 스포츠와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원더우먼'을 보고 '갤 가돗'에 푹 빠져 들었고, 메이저리그 경기를 새벽에 본방 사수하면서 테임즈가 홈런을 치면 시원하기가 그지없다.

한 여름에는 대개 경쾌한 팝/댄스 리듬의 곡들이 대세를 이룬다. 소위 '음악성'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은 대부분 가을을 겨냥하여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여름에는 투어를 도는 경우가 많다.

사진제공 = 키위미디어그룹

이효리의 신곡 '블랙'을 듣는 순간, 계절에도 맞지 않고, 자기 자신과도 맞지 않는 곡을 들고 나온 그 뻔뻔함에 기가 질렸다. 대중음악에서는 천재 조차도 30대 후반 이후에 무언가를 보여준 아티스트가 거의 없다. 천하의 밥 딜런이나 폴 매카트니도 40 무렵부터 내놓은 앨범들은 망작 아니면 도돌이표들이었다. 아티스트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음악 자체의 카타고리 한계 때문이다. 그런 한계를 돌파했던 '데이빗 보위'를 그래서 아직도 전세계 팝 뮤직 팬들이 기리는 것이기도 하다.

서태지나 조용필, 김창완에게 조차도 40대 이후에는 전혀 기대할 거리가 없는 것이 대중음악이며, 유일하게 한계를 돌파했던 대한민국의 가수로는 전인권 뿐이었다.

하물며, 핑클의 요정이었고 '텐미닛' 정도 솔로 히트 곡을 가진 이효리가 40 즈음에 무언가를 해보려 했다는 그 시도 자체는 본인 자유이지만, 뭔가 음악적으로 성숙해 졌다는 느낌을 주려하는 액션에는 솔직히 '토'가 쏠린다.

이효리의 가창력과 이해력으로는 '음악'을 하려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호주의 카일리 미노그나 미국의 마돈나 처럼, 자신이 제일 잘하는 '섹스' 어필을 나이에 맞게 변화를 주며 계속 전진했더라면, 걸그룹 아이돌 따위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경지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뜻밖에도 이효리 보다 더 '쌈마이'였던 서인영은 이따끔 발표하는 곡들의 표현력이 너무 뛰어나서 '깜놀'하게 만들기도 했다. 서인영의 '헤어지자'를 들어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아티스트' 콤플렉스에 빠진 '아이유'의 아줌마 버전이 '이효리'라는 것을 재확인 해주는 신곡의 라이브 무대를 보고 나니, 더운 여름이 더 더워지려고 한다.

( ** 라이브엔은 2017년 3월 부터 MBC 방송작가, 싸이더스 iHQ 영화제작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음악 평론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인 이상무 씨의 케이팝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