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 음악 평론가] 대중음악 아티스트에게 대중성이란 생명과도 같다.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명제이다.
하지만 한 시대를 선도하는 아티스트에게 대중성이란, 그 자신을 옭아매는 속박이 된다. 역사에 남는 아티스트들 모두는 적절한 시점에 대중성을 포기하는 모험을 걸었고, 정확하게 그 시점부터 진정한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아이들'을 떼어 버린 서태지는 '울트라맨'으로 소녀들 대신 록 뮤직 팬들을 선택했고, 역시 소녀들에게 군림하던 비틀즈가 'Sgt. Pepper' 앨범으로 보여준 예술적인 변신, 어쿠스틱 기타를 집어 던지고 포크 매니아들의 달걀 세례를 두려워 하지 않던 밥 딜런의 '61 Highway Revisited', 멜랑콜리한 라운지 재즈로 정점에 올라 있던 노라 존스는 느닷없이 블루스 록 밴드를 결성하여 대중과 이별했고...뭐 예를 들자면 너무나 많다.
물론 21세기의 대중음악은 이제 굳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켄드릭 라마나 레이디 가가 처럼 대중과 마니아, 평론가 모두가 사랑하는 종합 예술로서의 대중음악이 가능한 시대이다.
음악이라고 할 수도 없는 케이팝 아이돌들의 쓰레기 더미 속에서, 지드래곤은 아이돌 딱지를 떼어 버린 유일한 경우지만 (그런 면에서 아이유의 흑마술은 정말 가증스럽다), 내가 판단할 때 이제는 빅뱅과 소녀들을 떼어 버리고 서태지나 비틀즈, 밥 딜런, 노라 존스 처럼,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할 때가 왔다고 보인다. 이번 앨범은 기존 솔로 앨범들의 연장 선상이면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 울타리 내에서 아무리 고민해도 결국은 제자리라는 것을 지드래곤 스스로가 모를 리가 없다. 겨우 소녀들이나 속일 수가 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하여 뮤직 팬들이 두 손을 벌리고 지드래곤이 뮤직 팰리스의 대문으로 입성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 ** 라이브엔은 2017년 3월 부터 MBC 방송작가, 싸이더스 iHQ 영화제작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음악 평론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인 이상무 씨의 케이팝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