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영화 ‘폭스캐처’ (원제: Foxcatcher)를 방영한다.

2014년 제작된 영화 ‘폭스캐처’는 베넷 밀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채닝 테이텀, 스티브 카렐,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했다.

영화 ‘폭스캐처’ 줄거리

LA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는 자신과 같은 금메달리스트인 형 데이브(마크 러팔로)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조실부모한 탓에 형 데이브는 언제나 마크를 염려하지만 마크는 형에 대해 열등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어느 날 대부호 존 듀폰(스티브 카렐)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그는 형에게서 독립해 듀폰의 저택으로 들어간다.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듀폰의 레슬링팀 '폭스캐처'에서 훈련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어머니로부터의 억압으로 인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자라지 못한 듀폰은 수시로 자신의 권위와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듀폰은 "조류학자이자 우취인(우표수집가)이자 (선수들의) 멘토"인 자신이 좁게는 어려운 환경의 청년을 후원하고, 크게는 미국 사회에 공익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마크는 듀폰의 독재에 조금씩 반발심을 갖게 되고, 둘 사이엔 묘한 균열이 생긴다. 듀폰은 뛰어난 레슬링 선수인 데이브를 폭스캐처팀의 코치로 데려온다. 마크는 다시 형에게 의존해 훈련을 이어나가고 듀폰을 향한 반감도 키워 간다. 데이브는 둘 사이를 중재해보려 하지만 소용없다. 듀폰은 마침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사진 제공 : EBS

영화 ‘폭스캐처’ 주제

‘폭스캐처’는 존 듀폰과 슐츠 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실제 사건은 이렇다. 1996년 1월 세계 최대의 화학그룹인 듀폰사의 상속인이자 미국 레슬링협회의 후원인인기도 했던 존 듀폰이 자신의 레슬링팀 폭스캐처의 소속 코치 데이브 슐츠를 38구경 리볼버로 사살한 뒤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후 듀폰은 순순히 체포된 뒤 2010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듀폰의 변호인은 듀폰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말했으나 살해 동기는 정확하지 않다. 영화는 듀폰이라는 사람에 관해 상세히 서술하면서 그가 데이브를 죽이기까지 어떤 심정적 변화가 있었는지 관객이 유추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영화 ‘폭스캐처’에서 듀폰은 데이브에 관해 시기심을 느끼는 것처럼 묘사된다. 방황하는 청년(이자 자신의 장난감)인 마크의 유사 아버지 혹은 보스로서의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고 싶은 것이다. 듀폰이 처음 마크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하며 그에게 늘어놓는 쓸데없는 대의명분과 마크와 데이브로 하여금 자신을 멘토로 부르게 강제하는 모습에서 듀폰의 옹졸하고 연약한 내면이 드러난다.

하지만 마크에겐 훨씬 건실하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형 데이브가 있다. 듀폰은 정상적으로는 데이브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고, 이에 분노해 데이브를 세상에서 없애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무엇도 탐낼 필요가 없는 자리에 있는 남자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했던 것은 무엇일까. 듀폰의 갈증과 마크의 방황은 현재 미국 사회의 정신적 공허감과도 맞닿아있는 셈이다.

영화 ‘폭스캐처’ 감상 포인트

듀폰은 수시로 장황한 설교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거창하기만 할 뿐 구체적인 알맹이는 없는 말들이다. 그는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호명하고 어떻게 대하는지에 무척 민감하게 신경 쓰고 있으며 멘토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몹시 집착한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억압을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자신을 과시하며 해소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정신적으로 제대로 성숙하지 못했고, 그가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한 공허감은 비극을 부르고 만다. 역량 있는 코미디 배우로 이름을 떨친 스티브 카렐이 그의 필모그래피에선 드물게 우울하고 신경증적인 캐릭터를 맡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데이브와 마크 형제는 말이 없고, 듀폰은 지나치게 말이 많다.

그러나 영화 ‘폭스캐처’는 어떤 대사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세 사람이 육체로 전하는 영화 언어는 어떤 대사보다 강력한 잔상을 남긴다. 작은 체구이지만 늘상 고개를 쳐들고 말하며 누구 앞에서든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듀폰-스티브 카렐과 곰 같은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매번 고개를 숙이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마크-채닝 테이텀의 대조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영화 ‘폭스캐처’ 감독 베넷 밀러

NYU 영화학교 출신이며 조너선 드미와 에드 색슨의 조수로도 일한 바 있다. 뮤직비디오와 자료 영화 연출 일을 하다 그만두고 뉴욕의 투어 가이드에 관한 다큐멘터리 '크루즈'를 연출하며 연출가로서의 재능을 인정 받았다. 장편영화 데뷔작이자 실존한 작가 트루먼 카포티에 관한 냉정한 전기영화 '카포티'(2005)로 미국의 숱한 시상식을 휩쓸며 단번에 오스카가 사랑하는 감독 반열에 올랐다.

두번째 연출작 '머니볼'(2011)은 정교한 정보 분석과 적절한 선수 트레이드로, 메이저리그 최하위팀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하여금 20연승을 기록하게 만들고 다섯 번이나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며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낸 빌리 빈 단장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선수를 거쳐 구단장이 된 인물 내면의 고저를 섬세하고 드라마틱하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세 편의 영화 속 주인공은 모두 세상에 실존했던 인물이며, 자신의 이론과 방식을 꿋꿋하게 밀어붙이는 사람들이다. 현재 영국의 유명 극작가 톰 스토퍼드와 함께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의 영화화 각색에 몰두 중이다.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그의 첫 번째 영화가 될 예정이다.

EBS 영화 ‘폭스캐처’는 15일 밤 11시 4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