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 음악 평론가] 영진위의 통합 전산망이 탄생하기 이전...한국의 극장 관객 수는 정확한 데이타가 존재하지 않았다.

대박 영화들은 극장주가 극장 통로까지 임시 좌석을 배치한 뒤에 집객수를 누락 신고하여 탈세를 했고, 성적이 신통치 않은 작품들은 관객 수를 허위 과대 포장하여 광고를 했다. 하지만 2004년 부터 영진위의 통합 전산망이 본격 가동되면서, 이제 한국 영화는 당당히 영진위의 박스오피스 순위를 누구나 신뢰하고 기자들도 공식 인용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대중음악이다. 음반 도매업자들이 재고 및 주문 관리를 위하여 자신들끼리 돌려 보려고 만들었던 내부용 자료 빌보드는 이제 누구나 신뢰하는 미국의 대표 순위 시스템이며, 일본의 오리콘, 영국의 UK차트 모두 각 국가를 대표하는 공정성이 담보되는 순위 시스템들이다.

한국도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운영하는 가온차트가 2010년에 탄생하면서 당연히 모든 대중음악 관련 기사와 보도자료는 가온차트를 인용할 것으로 기대를 했다.

▲ [사진출처 쏘스뮤직]

하지만 당장 오늘 아침에만 해도, '여자친구 각종 차트 1위 수성'이라는 보도자료가 제일 먼저 메일함에 도착해 있다. 알고 보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는 트와이스와 태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이며, 고작 벅스, 소리바다, 올레뮤직, 지니....말 그대로 듣보잡 순위에서 1위한 것을 보도자료로 들이 밀고 있다.

진짜 문제는 그걸 그대로 기사로 올리는 연예부 기자들이다. 듣보잡 순위는 무시하면 된다. 가온차트 순위와 최근의 대세인 유튜브 조회수 정도 인용하면 대중음악의 현재 흐름을 정확하게 반영하여 기사를 작성할 수가 있다. (물론 인디 레이블은 아직 잡히지 않는다) 특히 멜론도 무시를 해야 가온차트의 권위가 살아나고 해외 팬들도 누가 현재 케이팝의 주인공인가를 쉽게 파악할 수가 있다.

또 하나, 방송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타이틀이 케이팝을 대변한다고 봐야하는 뮤직뱅크 이외에는 누가 어디서 1위했다는 보도 자료는 물론, 자체 기사도 자제를 해야한다. Top Of The Pops를 보면 영국과 유럽의 흐름을 알 수가 있었고, 어메리칸 탑40는 올드 팝 뮤직 팬들의 바이블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각각 UK차트와 빌보드를 기반으로 방송되던 프로그램들이어서 신뢰성이 담보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내부에서 조차도 신뢰할 수 없으며 업계를 대표하지도 않는 차트를 버젓이 인용하는 기획사들의 보도자료는, 우선 연예부 기자들이 먼저 '개무시'를 해야만 한다. 가온차트를 살려야 케이팝이 산다. 그리고 그래야 길게는 연예부 기자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