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설기획 ‘철원기행’을 방영한다.

2016년 4월 개봉한 영화 ‘철원기행’은 김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문창길, 이영란, 이상희, 김민혁, 허재원 등이 출연한 가족물이다.

영화 ‘철원기행’ 줄거리

평생을 철원의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아버지가 정년퇴임을 하는 날, 각자 떨어져 살던 어머니와 두 아들 그리고 며느리는 철원으로 향한다. 초라하기만 한 퇴임식에 이어 순조롭지 않은 저녁 식사 자리까지 오랜만에 모인 가족의 풍경은 그리 화목해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이 모인 밥상머리에서 아버지는 이혼을 하고 싶다고 선언한다.

폭설이 내린 철원에서 2박 3일간 예기치 않은 동거를 하게 된 가족. 말수가 적고 고집이 센 아버지와 감정을 숨기지 않는 독설가 어머니, 의뭉스러운 큰 아들과 다정하지만 조급한 며느리, 철없는 막내아들까지 각자 너무 다른 가족들은 겨울의 끝에서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우리 사이, 녹아야 할 마음들이 있다.

▲ 사진 : KBS

■ ‘철원기행’ 김대환 감독의 코멘트

평소에 가족관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왜 우리는 가족이 되었을까? 왜 가족끼리는 특별한 걸까? 가족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기타 등등 다양한 물음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래서 단편영화를 만들면서도 이 갈증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보았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진짜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피해 다니며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원기행’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고 싶었다. 어떠한 특별한 설정과 자극적인 사건 없이 평범한 사람들, 현실적인 가족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가족이지만 우리 가족은 어느 순간 다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아버지는 철원, 어머니는 춘천, 나는 조치원, 동생은 천안에서. 실제로 물리적으로도 떨어져 있는 우리 가족에게 질문이 생겼다. 떨어져 지내고 있는 지금 우리 가족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철원기행’은 이 질문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이 질문이 가슴속에 남게 되는 영화이기를 바랬다.

이야기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의 추억과 실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인생에서 큰 충격적인 사건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내 인생에는 영화적인 소재가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이 깊어질수록 큰 사건은 없지만 영화적이었던 상황들은 꽤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번 영화‘철원기행’에서는 진짜 나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일종의 이상한 사명감이 생겼다.

그래서 두 가지 큰 기억이 떠올랐다.

첫 번째 기억은 부모님이 교직에 몸담고 계시는데 어머님이 강원도 철원에서 근무를 하시고 아버님은 춘천에서 근무를 하셨던 경우가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모님과 아들 둘로 구성된 우리 가족들이 어머님 관사에서 하루를 머물게 되었다. 비좁은 원룸에서 다 큰 아들 두 명과 부모님이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게다가 보일러는 고장이나 선풍기 형태로 생긴 난로를 회전으로 돌리며 덜덜 떨면서 잤던 기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건은 2000년 겨울, 폭설로 인해 대관령에서 35시간 동안 갇혀 있었던 적이 있다. 130cm가량 쌓인 눈, 그리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설경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렇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도 몇 시간만 지나면 불쾌함으로 다가오고 밤이 되면 공포로 변하게 된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산길 한 가운데서 차안에 갇혀 있던 그 시간 또한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였다.

마지막으로 기획을 했을 당시의 상황은 이러했다. 몇 년 전까지 어머님은 철원에 아버님은 춘천에 계셨던 상황이 반대로 바뀌게 되었다. 아버님이 철원으로 발령이 나시고 어머님이 춘천으로 발령이 나셨고 21살이었던 동생은 입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상을 해보았다. 군대 간 동생을 위해 면회를 가게 되면 우리 가족은 어디서 잠을 잘 것인가? 당연히 아버님 관사에서 잠을 자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상황과 추억들을 설정으로 영화를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학교의 특성상 3인 1조로 진행을 하게 되는데 박진수 작가의 도움으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고 깊게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영화 진행은 순조로웠다. 팀원과의 협업도 아주 좋았고 캐스팅이며 로케이션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로케이션은 실제로 아버님은 철원에 계시니까 여름부터 1주일에 한 번씩 올라가 꾸준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가지의 큰 문제가 촬영 들어가기 직전에 발생했다.

일단 철원에 눈이 내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매년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던 철원이 하필이면 그 해에는 전혀 눈이 내리지 않는 것 이었다. 일기예보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항상 화창한 날씨라고만 예고 될 뿐 구름이 낀다는 소식조차도 없었다. 그러다 촬영 들어가기 이틀 전, 영서 지방에 폭설이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준비했던 로케이션을 버려야 될 상황이지만 주저할 틈이 없었다. 이미 2월 달이기에 눈을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까운 마음이 있었지만 강원도 고성으로 이동했다. 그로인해 로케이션은 항상 하루 전날에 촬영감독과 돌아다니며 알아보거나 이동 중에 눈에 들어왔던 곳으로 설정해서 즉흥적으로 촬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실내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찾아야 했다. 터미널, 가족들이 걷는 거리, 아버지가 은퇴 후 살기위한 집 등 모든 공간을 찾아야 된다는 것이 촬영을 앞둔 그 당시에는 막막했다. 당연히 그동안 준비했던 곳들에서 찍지 못한 아쉬움이 강하게 남았었지만 머릿속에서 쌓여있던 이미지들을 통해서 새로 찾게 되는 로케이션들이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더 좋은 이미지들과 스토리들을 만들어 주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또 다른 문제는 여정 역할을 하게 된 이영란 선생님의 건강 상태였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좋지 않은 상황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촬영 이틀 전에 알게 된 상황이었고 다른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급한 수술이 필요하셨고 수술 일정은 정확히 촬영 중간에 잡히셨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시는 상황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정을 이영란 선생님의 촬영부터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선생님께서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지만 최선을 다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영화 ‘철원기행’은 28일 밤 12시 40분 KBS 1TV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