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EBS ‘고전영화극장’에서는 영화 ‘코드 네임 콘돌’ (원제: 3 Days of the Condor)을 방영한다.

1975년 제작된 영화 ‘코드 네임 콘돌’은 시드니 폴락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로버트 레드포드, 페이 더너웨이, 클리프 로버트슨, 막스 폰 시도우 등이 출연했다.

영화 ‘코드 네임 콘돌’ 줄거리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점심을 사러 나갔다가 사무실로 돌아온 조 터너는 동료들이 모두 살해돼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미국문학사협회’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은 CIA의 자료조사 사무실이었던 그곳에서 다급히 도망친 터너는 본부에 전화해 ‘콘돌’이라는 코드 네임을 대고 상황을 보고한다. 터너는 도와줄 사람을 보내겠다는 본부의 지시에 따라 약속장소에 나가지만, 터너에게 돌아온 것은 총알세례다.

가까스로 피신한 터너는 옷가게에서 마주친 캐시라는 여성을 납치, 그녀의 집을 은신처로 삼는다. 터너는 캐시에게 자신이 CIA의 자료조사요원이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읽을 뿐 누구도 살해하지 않았음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한편 랭리의 CIA 본부에는 ‘콘돌이 모두 쐈다’는 보고가 올라가고, 일개 자료조사요원에서 조직원 살해범이 된 ‘콘돌’ 터너의 뒤를 쫓으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 '코드네임 콘돌' 포스터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캐시의 차를 빌려 친구의 집을 찾았던 터너는 자신의 뒤를 쫓는 살인청부업자 ‘주베르’와 마주치지만 운 좋게 도망치고, 캐시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캐시의 차 번호를 기억한 주베르는 부하를 시켜 캐시의 집을 급습한다.

격투 끝에 킬러를 제압하고 다시 도망치는 터너와 캐시. 터너는 캐시의 도움을 받아 상관 히긴스와 접촉하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썼던 추리소설에 대한 보고서가 실은 CIA 내 어떤 조직에 관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영화 ‘코드 네임 콘돌’ 주제

냉전 막바지였던 1975년, 영화는 함정에 빠진 CIA 자료조사요원의 고군분투를 통해 음모에 접근한다. 그리고 영화 ‘코드 네임 콘돌’ 속 주인공 터너가 느끼는 혼란은 관객의 혼란이 된다. 적은 소련의 첩보기관도, 중동의 군부도 아니었다. 조직을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않는 조직 내의 조직, 그것은 극단적 애국주의에 휩싸인 미국 자신이다.

국가의 이익,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생명조차 쉽게 저버릴 수 있는 조직논리 속에 양심은 존중받지 못한다.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대립해온 조직과 양심의 문제는 패배와 승리를 거듭해 주고받아왔다. 조직의 가혹한 생리를 꺾은 양심의 승리는 ‘워터게이트 사건’ 같은 폭로의 순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양심이 패배할 때는 ‘케네디 암살’의 경우처럼 사건 자체가 미궁 속에 갇힌다. 7명이 죽고 겨우 살아남은 터너에게 유럽으로의 도피를 권하는 주베르는 말한다. “누구의 편일 필요는 없다”. 그것은 조직 자체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는 거대조직의 생리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터너(로버트 레드포드)의 마지막 얼굴에서 멈춘 영화 ‘코드 네임 콘돌’ 마지막 장면에서 둔중한 울림을 느꼈다면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중동의 석유시장을 노리는 CIA의 비밀작전이라는 영화적 장치는 석유를 둘러싼 미국과 중동의 역학관계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시사적이다. 이라크전을 두 번이나 치른 지금의 시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예언적인 작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 ‘코드 네임 콘돌’ 감상 포인트

제임스 그래디의 소설 ‘콘돌의 6일’을 각색한 이 영화는 6일의 긴 시간을 3일로 압축, 사건의 비밀을 좇는 남자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꽉 짜인 시나리오를 따라 진행되는 이야기가 흥미로우며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는 아날로그적 설정들이 곳곳에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특히 영화 ‘코드 네임 콘돌’은 훈련된 요원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습득한 추리력과 노하우로 거대조직을 상대하는 주인공의 활약이 흥미진진하다. 만화책 ‘딕 트레이시’를 통해 얼음으로 만든 탄환의 단서를 찾는다거나 전화 공사 중인 현장에서 직원용 단말기를 훔쳐내 도청을 시도하는 장면은 주인공의 지적인 능력을 드러내는 장면.

그 외에도 당대로서는 첨단기술이겠으나 지금 보면 슬쩍 웃음이 나올 만한 위치추적장치 등이 흥미롭게 등장한다.

고뇌에 빠진 스파이가 된 로버트 레드포드와 그를 돕는 미녀 역할의 페이 더너웨이, 그리고 표정 없는 살인자를 연기하는 막스 폰 시도우의 연기는 영화 ‘코드 네임 콘돌’에 묵직함을 더해준 요소.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 영화를 포함해 7편의 작품을 시드니 폴락 감독과 함께 했고, 시드니 폴락의 든든한 영화적 동지로도 알려져 있다.

지적인 연기에서 더 돋보이는 레드포드는 이듬해 만들어진 워터게이트 사건 소재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알란 J. 파큘러 감독)에서도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기자로 출연했다.

조직의 함정에 빠진 남자가 자신을 둘러싼 음모에 접근해간다는 영화 ‘코드 네임 콘돌’의 내용은 이후 수많은 첩보영화들을 통해 변주되었다. 최근에는 ‘본 얼티메이텀’ 등의 작품에서 그 뿌리를 읽을 수 있다. 2011년 5월 타계한 시드니 폴락 감독의 9번째 장편 극영화로, 감독은 거리의 택시기사와 페이 더너웨이의 남자친구 목소리 역할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1989년 개봉됐다.

영화 ‘코드 네임 콘돌’ 감독 시드니 폴락

배우로 시작해 제작자, 감독이었던 시드니 폴락 감독은 40여 편의 영화를 감독하고 제작했으며 아카데미상을 받았던 명감독이다. 1934년 미국 인디애나에서 출생한 그는 고교를 졸업하면서 뉴욕으로 이주했다.

폴락은 1952년부터 1954년까지는 뉴욕에서 연기공부를 했으며 군대에 다녀온 후 같은 학교에서 연기를 지도했다. 그는 제자였던 클레어 그리스월드와 결혼해서 세 자녀를 두었는데 아들인 스티븐은 비행기 사고로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다.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던 그는 1960년대 텔레비전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영화 에서 로버트 레드포드를 만난 후 평생 친구관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1966년 그의 영화 '저주받은 재산'에서 나탈리 우드의 상대역으로 로버트 레드포드를 출연시킨 후 6작품을 같이 작업했다. 그에게 가장 큰 성공을 가져온 작품은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였는데 11개 부분에 후보로 오르고 7개 부분을 수상했으며 최고 작품상과 감독상이 이에 포함됐었다.

그는 코미디 감독으로서의 재능도 보여줬는데 1982년 작품인 '투씨'를 통해 놀라운 위트와 감각을 보여주었고 '투씨' 역시 아카데미상 10개 부분에 후보로 올랐다. 꾸준히 활동하던 그는 2005년 '인터프리터'를 감독했는데 이 영화는 유엔 본부 내부에서 처음으로 촬영한 영화라는 점이 흥미롭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감독했던 그는 2000년 전미감독협회에서 수여하는 ’존 휴스턴 상‘을 수상했고, 2008년 5월 암으로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EBS 영화 ‘코드 네임 콘돌’은 20일 밤 11시 35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