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은?

13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에서는 ‘아이가 있는 나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길에 대해 모색해본다.

13년째 ‘초저출산국’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 나라에서는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여성들은 아이를 임신한 순간부터의 “지옥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임신이 권고사직 사유가 되는 사회, 아이를 키우기에는 너무 가혹한 우리의 직장 문화 때문이다. ‘PD수첩’ 신년특집 2부에서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대한민국 직장 내 현실을 되돌아보고, 엄마에게 치우쳐있는 육아의 책임을 나누고자 하는 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법보다 무섭다는 ‘사내 눈치법’, 출산휴가 육아휴직, 있어도 못 써

임신 6개월째인 박은선(가명)씨는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인턴으로 입사했지만 6개월 후 정직원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조건이 있었다. 중국어에 능통했던 은선 씨는 중국 거래처와의 계약도 여러 건 성사시킬 만큼 능력이 좋았다.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다. 그러나 임신은 은선 씨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 'PD수첩' 예고화면 캡처
“제가 중국 유학 가고 학교 그렇게 졸업하고, 그런 대우 받으려고 회사를 간 건 아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일 아니에요? 임신했다고 무슨, 임신한 게 뭐, 전염병이에요?” - 박은선(가명, 27세, 임신 후 권고사직)

해고의 위협은 정규직 여직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에 있는 직원 30여 명 규모의 중소기업에서 전산직으로 3년 간 일한 윤지영(가명) 씨 임신한 후 퇴사를 강요당했다. 여성 인권 단체와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퇴사는 피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지영 씨가 받은 상처는 컸다.

“제일 힘들었던 건 주위에서 너 그러다 애기 잘못되면 어떻게 해? 이런 말들이에요. 그러면 버티는 임산부 거의 없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버텨야 하나 스트레스로 그냥 나가죠.” - 윤지영(가명, 31세, 임신 후 권고사직 압박)

임신만으로도 눈치를 주고 알아서 나가게끔 만드는 회사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꿈같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임신한 직원에게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반드시 주어야 한다. 또한 사업주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직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허용해주어야 한다.

이처럼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육아휴직 사용률은 2013년 기준 62.3%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회사들은 대체 인력 채용의 어려움, 업무 공백 등을 이유로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앞둔 직원을 각종 방법을 동원해 내보내고 있다. 실정법 보다 ‘사내 눈치법’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워킹맘 10명 중 8명 “고통스럽다” 아빠에게도 육아를 허하라, 애 좀 같이 키웁시다!

임신과 출산의 위기를 넘긴 후에도 여성들이 육아를 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여전히 커다란 고통이다. 3년 간 조사한 ‘워킹맘 고통지수’(여성신문사, 사단법인 여성 문화네트워크,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은 ‘고통스럽다’고 답했다. 힘든 이유로는 ‘일과 가정 양립 자체가 힘들다’, ‘몸이 축나는 것을 느낀다’, ‘퇴근 후에도 집에서 쉴 수가 없다’, ‘회사에서 눈치가 보여 개인 휴가를 쓰기 불편하다’ 등을 꼽았다.

육아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가운데, 공동 육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아빠 육아휴직 운동본부’의 서명훈 대표는 육아를 하며 아빠 육아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아내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가사를 분담하며 아내와의 사이도 좋아지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유대감도 깊어졌다. 하지만 아빠들도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인 당 연간 근로 시간이 OECD 평균 1,770시간인 데 비해 한국은 2,160시간으로, 한국 남성들이 퇴근 후에 아이들을 돌보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아빠 육아휴직의 갈 길은 더욱 험난하다.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하려면 사표를 각오해야 한다. 복귀 가능 여부의 불투명, 승진 기회 누락, 급여 문제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2013년 기준으로 3.3%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반면 노르웨이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80%에 육박한다. 서 대표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말한다.

“임신 출산에 대해서 상상을 하면 암울해지죠. 애는 누가 볼 것이며, 부모님이 봐줘야 되나? 남편이 봐줄까? 내가 봐야 되나? (중략) 애 낳은 다음에 좋은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그 부분을 정확히 해결하는 부분이 방법이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남성의 육아휴직이죠.” - 서명훈 대표

작년 한 해 저출산 관련 예산만 14조 8,927억 원! 정부는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제자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예산 중 영유아 보육에 투입되는 비율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정책의 중심이 ‘보육’에만 맞춰져 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주체인 엄마와 아빠의 실질적인 고통이 감소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PD수첩’이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 ‘아이가 있는 나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본다.

‘PD수첩’은 13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