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통닭골목, 어머니의 통닭 인생

11일 방송된 KBS 2TV ‘다큐멘터리3일’은 수원 통닭 골목 72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눈물 반 행복 반, 어머니의 통닭 인생

11개의 집이 제각기 맛을 뽐내는 수원 통닭 골목의 역사는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가게는 1970년 문을 연 고병희 할머니(72)의 통닭집. 좌판에 닭장을 놓고 손수 살아있는 닭을 잡아 튀겨주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원 통닭 골목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 사진 : KBS
수원 통닭 골목 한 자리에서 45년 넘게 장사하는 동안 고병희 할머니가 한결같이 지켜온 것들이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가게 안팎을 깨끗이 쓸기. 그날그날 도계장에서 잡은 신선한 생닭 들여오기. 그렇게 수십 년 세월 가마솥 곁을 지키는 동안, 포대기에 갓난쟁이 아들을 업고 시장판에 나섰던 억척 엄마의 얼굴에는 깊은 골이 새겨졌다.

포대기에 업혀 있던 어린 아들은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어 4년 전부터 어머니를 돕고 있다. 오랫동안 해오던 기자직을 그만둘 때에는 망설임도 많았지만,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하는 고소한 통닭 인생이 즐겁기만 하다는 최용철 씨(50). 통닭과 함께 웃고, 울었던 어머니의 인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날아라 통닭! 바삭한 인생을 위하여

연말이 되면 수원 통닭 골목에 진풍경이 벌어진다. 타종 행사가 시작되기 전, 통닭집에 있던 손님들은 들고 있던 닭다리, 닭날개도 내려놓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종소리가 끝나면 다시 밀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분주해지는 이날, 수원 통닭 골목 사람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정신없이 상을 거두고 차리느라 타종 행사는 구경도 못 하는 이들이지만, 그래도 가슴속 품은 꿈은 새해를 맞아 푸르게 빛난다.

▲ 사진 : KBS
수원 통닭 골목의 한 통닭집에서 10년 넘게 일을 배우고 있다는 소민 씨(35) 역시 마찬가지. 통닭이 좋아 하루에 한 마리씩, 쉬는 날엔 두 마리씩 1년 365일 동안 400마리를 먹고, 어떨 땐 꿈에서조차 통닭을 튀기고 있다는 그는 이곳 수원 통닭 골목을 넘어 제2의 통닭 골목을 만들겠다는 부푼 꿈을 키우고 있다. 오늘도 자정을 넘은 퇴근길, 그의 손엔 직접 튀긴 통닭 한 마리가 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