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를 둘러싼 고종암살작전의 비밀을 그려낸 색다른 스토리와 주진모, 김소연, 박희순, 유선 등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가비' 속 관객들을 사로잡은 명장면과 명대사 BEST3를 꼽아봤다.

"그토록 뺏기시고 아직 더 내어줄게 있으십니까?"
당찬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의 따끔한 직언

▲ 사진 : 시네마서비스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러시아 공사관에서 몸을 피하고 있던 고종과 그의 곁에서 커피를 내리던 조선 최초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담은 '가비'답게 영화 속에는 고종(박희순)과 따냐(김소연)가 함께 하는 신이 많다.

서구 열강의 거센 압력과 조선 내의 우환으로 어디에도 편히 마음 둘 곳 없는 고종에게 있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바리스타 따냐는 경계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가비'를 마시는 순간이 고종에게 있어 유일한 안식이 되어가고, 따냐 또한 점점 고종의 고독함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따냐에게 누구와 내통하고 있는지를 추궁하며 "나에게서 무엇을 빼앗으려는 것이냐?"고 묻는 고종에게, 따냐는 더욱 당돌하게 "그토록 뺏기시고 아직 더 내어줄게 있으십니까?"라고 되묻는다.

이어 "저를 이용하십시오. 전하의 눈과 귀가 되어드리겠습니다"라고 왕의 사람이 되기를 다짐한 따냐, 그녀가 과연 고종 독살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 '가비'가 더욱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하는 명장면이다.

"전 나라가 없습니다. 제 여자를 지키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선 조국도 자기 자신도 버릴 수 있는 남자, 일리치

▲ 사진 : 시네마서비스
러시아 대륙을 누비며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던 일리치(주진모)와 따냐는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의 계략으로 고종 독살 계획인 '가비 작전'에 휘말리게 된다.

조선에 온 순간부터 일리치는 일본군 장교 사카모토로, 따냐는 고종의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로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되어 살아가야 하지만, 헤어져 있는 동안에도 오직 따냐 만을 바라보는 일리치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따냐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종과 조선을 마음에 품게 되고, 위험해지는 그녀를 보며 일리치는 더욱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일리치는 따냐를 지키기 위해 고종과 독대를 하는데, 이 장면은 가장 긴장감이 팽팽한 영화 속 백미이다.

뜨거운 카리스마의 일리치와 차가운 카리스마의 고종의 대결신은 주진모-박희순의 연기만으로도 명장면이지만, 죽어도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여자를 지키기 위해 나라도 버리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일리치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여성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픈 역사로 인해 아픈 사랑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리치와 따냐의 러브스토리에는 극장을 나선 후에도 영화 '가비'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드는 가슴 시린 감동이 있다.

"왕이 되고부터 무얼 먹어도 쓴맛이 났다. 헌데 가비의 쓴맛은 오히려 달게 느껴지는구나"
혼돈의 시기, 조선 왕의 고뇌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명대사

▲ 사진 : 시네마서비스
기존의 고종 황제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던 영화 '가비'.

'가비'의 제작진은 흔히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자기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했던 이기적이고 무능력한 왕이라 여겨졌던 고종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치밀한 고증과 문헌을 바탕으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고뇌와 외로움을 부각시킨다.

유약한 군주가 아닌, 대한제국을 꿈꾸며 마지막 승부수를 준비했던 고종은 사실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하고 조선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던 군주였다. 그리고 이러한 고뇌가 "나는 가비의 쓴맛이 좋다. 왕이 되고부터 무얼 먹어도 쓴맛이 났다. 헌데 가비의 쓴맛은 오히려 달게 느껴지는구나"라는 대사에서 깊이 배어 나온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부터 고종의 고독함이 전해져 왔다는 박희순의 섬세한 연기로 고종의 모든 장면은 더욱 생생하고 진정성 있게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