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와 마사미는 명실상부 2010년대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수놓았던 히로인들 중의 한 명이다. 특히 미모로는 당대 비교할만한 주연급 여배우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201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의 히로인들은, 아야세 하루카, 아라가키 유이, 이시하라 히토미가 우선이다. 이들 모두는 각자 특유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외에도 섹시함으로는 '마약의 여왕?'으로 전락한 사와지리 에리카를 당할 여배우가 없었고, 귀여움으로는 후카다 쿄코, 그리고 서구적 미모로는 키타가와 케이코가 압도적이었다.

수많은 출연작들 중에서도 나가사와 마사미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표작은 2004년도 작품인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이다. 지금 34세인 그녀가 무려 18년전에 출연했던 작품이고, 일본의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오르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헤드폰을 낀 여고생 아키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문제는 그 이후에 출연했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분명히 그 때나 지금이나 탑 여배우이고, 출연작 모두를 재미있게 보았으며,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작인 '바닷마을 다이어리'에도 출연했지만, 이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 배우는 아야세 하루카와 히로세 스즈이지, 정작 가장 아름다운 둘째 딸 요시노 역의 나가사와는 크게 뇌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현재 국내 개봉중인 영화 '킹덤'에서는 조연으로서 검을 든 산족의 왕 '양산화'로 나가사와 마사미가 등장한다. 역시 사토 신스케 감독의 작품이었던 '아이 앰 어 히로'에서 밀리터리 복장으로 좀비들의 머리를 날리던 때 처럼, 강인한 여전사의 모습조차도 아름답기만 하다. 정작 여주인공인 하시모토 칸나는 전혀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영화 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컨피던스 맨 JP'에서는 이제 극을 혼자 이끌어 가며 코믹에서도 빛을 발한다. 또 근래 영화 출연작인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는 상대역인 키무라 타구야가 확실하게 늙은 아저씨로 보일 만큼, 30대 중반에 접어 들면서 미모는 업그레이드되었고 연기력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이제 여배우로서 분기점에 도달한 나가사와 마사미가 다시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나 청바지 차림의 여대생으로 출연하여 반짝이는 미모를 과시할 시기는 분명히 지나갔다. 대신, 연기파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극중 카리스마와 30대의 미인 만이 가능한 오묘한 관능미가 싱크로나이즈되면서, 어쩌면 나가사와 마사미의 일생의 대표작이 곧 등장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