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時給三○○円の死神)

후지마루 (藤まる)

双葉社

어느 겨울, 눈이 가득 쌓여있는 훗카이도의 도야 지방을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자연을 벗삼아 머리도 식힐 겸 도심에서 벗어나 이런 곳을 보통 좋아하기는 하지만, 무엇인가 이번 여행만은 특별했다. 생각하는 내가 아닌 내 스스로가 생각하는 주체가 되고 싶다고나 할까, 어떤 자리매김과 환경에 의해서 주어지는 역할에 의한 생각들이 이미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에서 해방되고 싶었나 보다.

도야 호수를 바라보며 노천 온탕에 몸을 담갔다.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물속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답다라는 말보다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는데, 이 자연스러움에 몸을 맡기니 내게 주어졌던 많은 역할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삶의 연속인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차가운 공기 속에서 들었다. 이 생각이 왜 들었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떠올랐다. 그 연유를 곱씹어 보기 위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책의 시너지가 아직 남아있었던 까닭이었던 것 같았다.

고등학생인 사쿠라, 같은 반 친구인 하나모리의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이미 죽었지만 생에 미련이 있어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영혼들을 도와주는 아르바이트. 단순히 보이지 않는 영혼을 구제해 주는 것이 아닌, 그 삶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영혼이 표출되어진다. 그 만큼 이 아르바이트는 특별한 아르바이트이다.

많은 사연이 있는 죽은자들을 만나고 도와주는 감성 미스테리 이야기,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집착은 어떤 한 부분만이 아닌 삶의 일부에 있는 것이며, 지금 내가 있는 이 삶은 또다른 연속이라 행동, 생각 그리고 말, 모든 것이 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기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누군가로서가 아닌 나로서의 삶의 가치를 언제나 현재 진행형에 초점을 두고 나를 아끼며 신중하게 삶을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