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夜行)

모리히 도리미코 (森見登美彦)

小学館

교토에서 도쿄를 가기위해 신칸센을 기다리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옛되어 보이는 밤거리, 어슴프레 빛나고 있는 불빛들, 문닫고 쉬지 않을 것만 같은 오랜된 상점들, 교토의 밤은 도쿄나 오사카와는 달라서 잿빛 유리에 비춰진 불빛처럼 특유의 화려하지만 몽환적인 느낌이 늘 배어 있는 듯 하다.

신칸센 보다는 한큐라인의 전철이 보다 어울리는 느낌으로 가와라마치에서 오사카까지 가는 전철에 앉아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더욱 짙어지고는 한다.

이렇게 낭만적인 곳에는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야마구치 모모에의 노래가 잘 어울릴것 같은 기분에 음악 플레이어의 버튼을 눌러본다. 

어두운 창밖에 비춰진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모리히 도미히코의 교토의 다른 이야기 거리를 떠올려본다. 밤이라는 어둠은 어디서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으로 물에 뿌려진 검은 잉크처럼 순식간에 사르륵 퍼질 것인데 이처럼 이야기도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괴담집이다. 차가운 공기가 지배적인 다소 서늘한 이야기. 여러개의 에피소드가 '동판화'를 중심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무서운 이야기지만 무섭다고 하기보다는 다소 짙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더욱 어울릴 듯 하다.

제목에서 말하고 있듯 '야행'이라는 것은 이런 지표없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불빛들처럼 암묵적으로 밤의 이야기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