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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ZOOM IN JAPAN] <37> 일본에서는 왜 잃어버린 지갑이 다시 돌아올까?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일본은 비교적 안전한 나라, 치안이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을 무릎 위에 얹어놓고 졸아도, 가방 지퍼가 열린 채여도 귀중품을 도난당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거의 없다.

다른 나라들과 일본의 치안 상황을 비교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지갑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 이게 실화냐? 싶겠지만, 그렇다. 실화다. 일본에서는 왜 잃어버린 지갑이 다시 돌아오는 걸까? 그 이유를 파헤쳐보자.

 

사진 : 픽사베이

#이유1: 일본에서는 돈을 주워도 많은 이가 경찰에 가져다준다…신고된 금액 총액은 무려 약 38억 엔(한화 380억 원)

일본 경찰청이 발표한 2017년도 <습득계 및 유실계 수리상황>에 따르면 파출소 등에 신고 된 습득물 건수는 3,958,366건. 한편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이 신고한 유실물 건수는 1,019,955건이었다. 습득물 신고 건수는 무려 유실물 신고 건 수의 약 4배.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보다 주운 사람의 신고 건수가 많은 것으로 보아,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이 찾기를 포기해 신고하지 않은 것까지도 파출소에 신고된 것으로 추측된다.

경찰서 및 파출소에는 매일 많은 사람의 분실물이 들어온다. 경찰청이 공표한 자료에 따르면 분실물로서 신고된 현금 습득물의 총액은 무려 3,748,892,862엔이다. 2017년 한 해에만도 75,511,670엔에 이른다.

한편, 잃어버린 사람이 신고한 현금 유실물의 총액은 8,343,614,845엔. 2017년 한 해 동안의 현급 유실물은 86,252,042엔이었다. 단순히 2017년 습득물과 유실물의 대상이 같다고 생각하면, 약 87.5%의 확률로 잃어버린 현금이 돌아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잃어버린 지갑이 신고 되지 않거나, 지갑에서 현금을 빼간 후 지갑만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외국에 비해 일본에서는 비교적 높은 확률로 잃어버린 지갑과 현금이 돌아온다고 할 수 있다.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잃어버린 현금이 신고 된 경우 73.2%는 주인에게 반환됐다. 만약 지갑을 잃어버렸다면 찾지 못할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꼭 경찰에 유실계를 제출하는 것이 좋다.

#이유2:일본에서는 물건을 주우면 제출의무가 있으며, 주인을 찾으면 보상금이 나온다

일본의 <유실물법>은 분실물을 습득한 사람은 “신속하게 습득한 물건을 유실자에게 반환하거나, 혹은 경찰서장에게 제출해야한다”고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분실물을 반환 받은 유실자는 “해당 물건 가격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모두 ‘의무’지만, 보상금 규정에 대해 알고 있는 일본인은 그리 많지 않고, 감사 인사 이외에 보상금을 요구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유실물법에는 가격 등에 상관없이 어떤 물건이라도 경찰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기재돼 있다. 한편, 독일, 영국(런던), 미국(뉴욕 주, 캘리포니아 주) 등의 나라 및 지역에서는 일정 금액 이하의 물건에 대해서는 제출이 불필요하며, 캐나다(퀘벡 주)에서는 제출 여부 자체를 취득자가 판단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의외로 보상금 의무에 대해 법률로 명기한 국가 및 지역은 많지 않으며,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규정 자체가 없는 곳이 많다. 일본에서 분실물에 관해 이토록 세부적인 내용까지 규정하고 있는 것은 분실물을 습득하면 반드시 신고를 한다는 문화가 배경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법률이 잘 정비된 탓에 일본인의 의식이 높은 걸까? 분명 둘 다일 것이다.

유실물을 찾을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다. 경찰청 사이트에서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유실물 정보에 대해 경찰에 신고 된 날부터 3개월간(매립물은 6개월간) 공표하고 있고, 일본 전국의 유실물을 검색할 수 있다.

유실물의 주인이 3개월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을 경우, 유실물의 소유권은 습득자에게 넘어간다. 단, 주인이 찾으러오지 않는 경우에도, 휴대전화 및 운전면허증 등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물건은 습득자에게 이양되지 않는다.

또한 우산, 의류 등 값싼 물건과 보관에 불필요한 비용이 드는 물건에 관해서는 2주 이내에 주인이 찾으러오지 않을 경우 매각 등 처분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유3:일본에서 옛부터 전해져오는 “벌 받는다”는 사고방식

일본에서는 옛부터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말이 일본인의 도덕관 및 윤리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마음대로 착복하거나 다른 사람을 곤란에 빠뜨리는 악의적인 행동을 하면 언젠가는 자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의미로, 가정에서 어른이 아이를 꾸짖을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햇님은 보고 있다”는 등의 표현도 있다. 즉, 아무도 보고 있지 않더라도 자기 내면에 있는 도덕관 및 윤리관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갑 등을 주웠을 때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얼마나 곤란해 하고 있을지를 상상해본 후 도덕의식에 따라 파출소에 가져다주거나, 혹은 연락처가 있을 경우에는 주인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인의 사고방식이다.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만약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곧장 ‘떨어뜨렸을지도 모르는’ 장소 및 ‘두고 왔을지도 모르는’ 가게 등에 돌아가 확인해보자. 가게에 언어가 통하는 점원이 있을 경우에는 우선 전화로 연락을 해두는 것도 좋다. 역이나 쇼핑몰 등에서 잃어버렸다면 유실물 취급소 및 서비스 카운터 등에 신고 된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짐작했던 곳에 물건이 없을 경우에는 경찰서 및 파출소에 유실계를 제출한다. 유실계에는 잃어버린 사람의 주소, 잃어버린 날짜와 시간, 장소, 물건에 대해 자세하게 기입한다.

잃어버린 물건을 소지 및 휴대하고 있다고 인식한 마지막 날짜와 시간부터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된 시간, 잃어버렸다고 생각되는 시간 내에 지나온 동네 이름, 번지 및 도로명, 지점 및 승차한 지하철 및 버스 등의 노선명, 행선지, 승차역, 환승역, 하차역, 제조회사, 브랜드, 색, 모양 등 잃어버린 물건의 특징 및 지폐 종류와 장수 등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기입한다. 신용카드를 분실했을 경우에는 카드 회사에도 잊지 말고 연락해야 한다.

#만약 지갑을 잃어버리면 역이나 경찰서에서 돈을 빌려준다?!

지하철 및 버스 등 공공교통기관에서는 지갑을 도난당하거나 분실하는 등 정당한 이유로 승차 운임을 내지 못할 경우에 목적지까지의 운임을 빌려주고 후일 정산할 수 있도록 하는 <착역정산(着駅清算)> 대응을 부탁할 수도 있다. 단, 철도영업법에서는 승차권을 소지하지 않은 자의 승차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착역정산>을 이용할 수 있는 자는 ‘승차권을 소지하고 있으며 잔액이 부족한 경우’에 한한다. 역사 안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했을 경우 등에는 <착역정산>을 부탁할 수 있지만, 승차 전에 승차권을 살 돈이 없는 경우에는 이용할 수 없다. 또한, 신분증을 제출하고 <지급 유예 신청서>를 기입해야 한다.

역에서 돈을 빌릴 수 없을 경우에는 다음으로 경찰서 및 파출소에서 돈을 빌리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밖에서 지갑 및 소지금을 도난당하거나 분실했을 경우, 경찰서 및 파출소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공중접우변상비제도(公衆接遇弁償費制度)>라는 제도가 있다. 변상비는 각각 경찰서 등의 취급 상황 및 관내 특수 사정을 감안하여 결정되지만, 1,000엔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빌린 돈은 직접 방문해 반환할 필요가 있다. 거리가 멀 경우에는 송금 및 현금 가키토메(書留)로 보내는 등의 방법도 있으니 개별적으로 상담하면 된다. 물론 파출소 및 경찰서에 따라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만약 역 및 경찰서에서 돈을 빌리지 못했을 경우, 호텔 객실에 현금이 있다면 다소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택시를 이용해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운전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가방 등의 소지품을 차내에 남겨둔 채 호텔 방으로 돈을 가지러 가야한다.

많은 외국인에게 현금이 든 지갑이 그대로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일본에서는 지갑 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귀중품을 분실하더라도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만약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찾지 못할 것이라고 미리 포기하지 말고, 경찰서 및 파출소에 신고하도록 하자. 그러나 지갑 및 현금은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반면, 값싼 소모품인 우산의 도난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비 오는 날 편의점 우산꽂이에 우산을 꽂아둘 때는 주의해야 한다.

엄상연 기자  webmaster@live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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