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의 해바라기 (盤上の向日葵)
유즈키 유코 (柚月裕子)

中央公論新社

식탁에 앉아 앞에 보이는 책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두서없이 이리저리 쌓여있는 책들이 보였다. 

한때는 정말 열심히 빠져들어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간행물도 받아보면서 새로 탐구하게 될 서적들도 미리 알아보았었고 인터넷의 시대가 되면서 매일 추천되는 신간과 서평에 집착도 하였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열정은 조금 식은듯 하다. 

일주일에 여러가지 핑계아닌 이유를 갖다붙인다 해도 한 두어권 읽기도 힘들어진 것 같다.

불감 증후군은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위해 무엇인가 항상 열심히 달려오고는 했는데 그것이 무뎌져서 감흥이 없어진 증상. 

그러고 보니 한동안 나를 즐겁게 해주던 취미들이 의미없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건 해서 뭐할까 저건 봐서 뭐할까 하는 등의 어줍짢게 미리알 것 같아서 감흥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사람은 항상 익숙한 것에 대한 자극이 떨어지는 동물이기에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글쎄 맥주 한잔 기울이며 열려져 있는 책장을 바라보니 여러가지 기분이 섞이는 듯 하다.

'자극'이란 것은 항상 주어진 것에 대한 역치값이 있어서 어떠한 동기가 되었던 그보다 더한 흥미, 자극과 호기심이 충족되지 않으면 반응에 둔감한 것이다. 

휘황찬란하게 소개되고 엄청난 것처럼 포장되어 있는 많은 서적들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장편의 제법 두꺼운 이 책도 역시나.. 하고 만나게 되었지만 지쳐만가는 나의 불감증을 없애준 놀라운 책이었다. 

타이틀부터가 범상치 않은 '반상의 해바라기'. 일반적인 추리 미스테리물로 쉽게 책장을 열어보았는데 엄청난 스토리 진행과 필치에 반해 쉬지않고 내려읽었다.

일본 장기를 토대로 '천재적인 기사'의 등장과 시간을 넘어서 흘러가는 플롯 그리고 이와 대결하는 형사와의 한판 승부같은 대국을 맛볼 수 있었는데, 뻔할 것 같지만 절대로 책을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다.

우연히 발견된 시체,  그 사체와 함께 묻어있는 고가의 희귀 장기말을 시작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불꽃의 기사'라고 불리우는 천재 장기기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두 형사의 이야기.
추리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을 못놓게 되는 이 빼어난 작품은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하며, 혹시 나처럼 어떤 취미에 불감한 자가 있다면 일종의 치료제처럼 이 작품을 추천하는 바이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