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MBC FM의 '영화 음악실' 구성 작가를 하던 시절 이래로, 영화 시사회를 가는 것은 나의 일상이자 조금은 따분한 일과이기도 하다.

마트에서 파는 칠레 와인을 즐겁게 마시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에이징이 잘된 고급 와인이 아니면 냄새 조차도 피하게 된다. 뭐든지 오래 자주하면 이렇게 '습(習)'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법.

그런 요즘의 나에게 삶의 에너지를 보급해 주는 보약은 NFL 미식 축구이다. 특히 5번이나 롬바르도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뉴 잉글랜드의 쿼터백 '톰 브래디'를 가리켜서 미국인들은 'G.O.A.T' 즉 'Greatest Of All Time'의 약자로 '염소'라고 부른다. 

오늘 시사회장에서 만난 싱가폴 + 일본 + 프랑스 합작 영화인 '우리가족: 라멘샵'은 거두절미하고 내 생각에 음식 소재 영화의 'G.O.A.T'이다.

작년 제31회 도쿄 국제 영화제에서 소개되었을 때 먼저 관람한 일본 기자가 "한국에서 개봉하면 꼭 보세요. 담포포를 능가합니다."라고 권유해서 구미가 당기기도 했고, 덤으로 어릴적 '은하철도 999'의 메텔과 함께 '오! 나의 여신'이었던 '마츠다 세이코'가 등장하니 정말 오랜 만에 시사회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내용은 어차피 다른 기자들이 쏟아내는 연예란 뉴스들 보면 알 것이고, 한가지 유감이라면 이 영화의 오리지날 타이틀인 '라멘테 (Ramen Teh)'가 일본어 제목인 '가족의 레시피 (家族のレシピ)'나 우리 제목보다 100배는 더 네이밍을 잘했는데, 한국이나 일본이나 관객을 어린애 취급하는 아주 나쁜 '습(習)'이다. 하긴 뭐 일본이나 한국이나, 정치인들 혹은 사회 지도층이 국민을 어린 아이로 취급하는 경향이 문화에도 전염되어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여하튼 대부분의 웰메이드 음식 소재 영화들은 보고 나면 '오늘 뭘 먹을까'를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이 작품은 "어머님께 전화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음식 소재 영화의 'G.O.A.T'이다. 그냥 믿고 보시라. 안보면 '너만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