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각으로는 일요일 오후였지만 우리 시각으로는 월요일 오전 6시에 NFL 시카고 베어즈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플레이 오프 경기가 진행되었다.

시카고 베어즈의 광팬인 나로서는 새벽5시부터 일어나 응원을 했지만, 결과는 3쿼터까지 앞서 나가다가 4쿼터 불과 몇분을 남기고 역전당하면서 필라델피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베어즈의 팬으로서는 이렇게 이번 시즌 NFL이 막을 내렸는데.....

한숨 자고 오후 4시 30분 용산 아이파크 몰에서 진행된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영화 '우행록'의 시사회를 찾아갔다. 영화도 보고 츠마부키가 9년 만에 직접 한국을 찾아 온다니 얼굴이라도 볼 겸 시사회장으로 고고.

원작이 워낙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치밀한 추리 소설이어서 그런지 내용 자체는 10점 만점에 10점. 그러나 엉성한 원작으로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경우는 절대 없지만, 좋은 원작으로도 엉성한 영화가 나오는 경우는 매우 흔한 일이다.

그리고 훌륭한 시나리오에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가 합체되어도 정작 영화가 지루한 경우도 매우 흔한 일이다. 작년에 아카데미 상을 받은 '쓰리 빌보드'가 대표적인 경우.

'우행록'을 보고나서 제일 먼저 받은 느낌은, "그냥 소설로 읽는 것이 정답"

일단 추리극에서는 절대로 꽃미남과 꽃미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벗어났다. 추리극의 주인공이자 네러티브를 주도하는 캐릭터로서 츠마부키 사토시는 지나치게 꽃미남이다. 미드 'CSI'의 대원들이나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 처럼, 추리극에서는 관객의 감정선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꽃미남 꽃미녀를 기용하지 않는다. 왜 히치콕이나 데이빗 린치는 항상 지극히 평범하고 다소 멍청해 보이기도 하는 화이트 칼라의 백인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기용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된다.

물론 한국이나 일본의 TV용 드라마에서는 여성 (특히 아줌마들) 시청자들을 배려하여 기무라 타쿠야나 조인성 같은 배우들도 추리 수사극의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지만, 영화에서는 가급적 연기력이 우선하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좋다. 일종의 금기를 벗어나도 상관이 없으려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키아누 리브스처럼 연기력도 인정을 받은 배우여야만 한다.

츠마부키는 기본적으로는 좋은 배우이지만, 과거의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마찬가지로 꽃미남이어서 어색한 역할이 존재하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영화 연출 면에서는,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의도는 좋았으나 영상으로 올바르게 구현하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흥행과 작품성의 농도 배분 결정 과정에서 다소 어설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짐작이 되며, 격한 감정의 파동들을 배우들의 쿨한 연기와 멀리서 관조적으로 담백하게 카메라에 담아내는 몇몇 씬들은 너무나 훌륭했지만, 여동생을 조여오는 여러 개의 손들 같은 몽환적 시퀀스마저 공포 다큐 처럼 느껴지는 것은 도대체가 설명이 되지를 않는다. 

'일본은 계급사회'라는 배우의 대사를 통한 총괄 메세지 전달이나 영화 도입부의 '유주얼 서스펙트' 패로디 등등의 장점도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4쿼터의 종반부까지 관객들을 숨죽이게 하며 몰아갈 드라이브 능력이 다소 아쉬운 작품이다.

4쿼터가 시작되기도 전에 졸아버리면 애써 잘만든 4쿼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