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용골 (折れた竜骨)

요네자와 호노부 (米澤穂信)

東京創元社

건강에는 자신있다고 여기며 살다가 요즘 과로했는지 몸살이 나면서 마치 매일 두들겨 맞는 느낌이다. 

이럴 때는 보통 정신도 몽롱해지고 짜증도 나고는 하지만 그것보다 이런 컨디션에서도 무엇인가 아련히 떠오르거나 그리울 때가 있다는 점이 놀랍게 느껴진다.

언제인가 이불을 덮어쓰고 누가 듣지도 않을 끙끙앓는 소리를 내며 힘들어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음악을 틀어놓고 보지도 않을 책을 머리 맡에 두고 생각의 나래를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하며 나름 내 자신의 열병과 싸우고 있었다.

아픈데 글이 눈에 들어올까? 의외로 심하지 않을 때는 잘 들어왔다. 의외로 잔잔한 드라마보다는 몰입할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가 이럴 때는 내 스스로에게 맞는 듯 했다. 

물론 보다 쉬다가를 반복해야 하고 엉뚱하게 다른 이미지들이 방해를 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게 몸살로 고생하고 있을때에 떠오른 책은 우선은 히가시노 게이노의 '용의자 X 의 헌신' 이고 두번째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이었다. 

히가시노 게이노의 작품은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마치 진통제 효과가 떨어질 때까지 읽어내려가는 느낌이었고,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은  아무런 생각없이 집어들었다가 아직 마취제 효과가 살짝 남아있는 것처럼 몽롱한 느낌으로 읽게된 환상적인 작품이었다.

우선 이 작품이 정신없던 나를 단번에 사로잡았던 것은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이라는 점이었다. 검과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를 흥미롭게 풀어내어 실제로 마치 영국 어딘가 옛날에 자리했을 법한 환상의 섬으로 구름처럼 나를 데려다 주었고 흡인력 있는 캐릭터와 기사단, 그리고 마법사 등으로의 동화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원래 판타지물이 아니라 추리소설이라는 것을 망각하기에는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배경 너머에는 분명 여러 용의자를 바탕으로 한 살인사건을 주제로 하고있는 추리소설이다.

살해된 영주 .. 그가 죽기전에 만났던 6명의 용병, 그와 더불어 일어나는 여러 사건등등 전형적인 추리물이라 할 수 있지만 너무나도 매혹적인 중세 배경을 한 이 작품을 읽다보면 마치 한편의 낭만적인 영화를 보고있는 듯한 기분이 들것이다.

또 일상 생활의 틀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상여행을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누군가가 있다면, 장르를 떠나서 언제든지 책장을 펼쳐 볼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