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 - 안개의 성 
- 미야베 미유키 

講談社

바람이 스산해지는 날씨를 맞으며 거리를 거닐면 생각나는 것들이 많이 있다. 마치 새벽 또는 한밤에나 볼 수 있는 희뿌연 안개와 가로등의 노란 불빛이 아른거리는 느낌으로 다소 아련하기도 하고 뭔가 몽환적이기도한 신비스러운 감성을 자극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푹빠져 거닐다 갑자기 먼저 떠오른 것은 게임 타이틀이었다. 이런 분위기와 몹시 잘 어울려서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미지가 자연스레 그려지는 그런 타이틀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코' 였다.

이코, 이렇게 단어만 던져놓고 봐도 무엇인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 콘솔 게임이라고 부르는 흔한 가정용 게임기에 관심이 있었던 이들이라면 '이코'라는 단어 한마디에 가슴이 설레일 법도 하다. 소위 명작이라고 불리우는 타이틀로 악당을 물리치거나 엄청난 비주얼과 시스템으로 무장한 게임이 아니라 아름답고 애틋한 느낌의 감정이 전해지는 모험 타이틀로 당시에 엄청난 이슈였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대사가 없는...그리고 왜 이곳에 있는지 여기가 어딘지 알지도 모른채 안개의 성을 헤매이며 만나게 된 요르다, 

이 요르다의 손을 맞잡을 때 게임기 패드로 전달되었던 진동. 그 속에서 애틋하고 아련한 추억이 쌓여갔다.

그래서일까 공전의 히트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된 '이코'는 이미 표지만으로도 나를 흥분 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이미지를 충분히 심어주기 위해서 과한 묘사가 조금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게임을 먼저 해본 이들이라면 어느정도 와닿을 것이다. 

쓸쓸하고 외롭지만 따뜻하게 다가왔던 체온, 그 진동.. 이 둘이 헤쳐나가는 발자욱이 게임에서의 느낌 못지 않게 이 어둡고 스산함을 보다듬어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단순한 게임의 추억팔이로 나온 서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낭만적인 판타지가 펼쳐진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도 이미 누군가의 손을 맞잡고 나아가고 있음이 전달되는 아름다운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