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이 슬로건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대신해 준다는 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만의 사정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Photo(C)集英社文庫

한물간 아이돌 출신인 와카 오카에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풀어져 나간다. 유일하게 맡고 있는 '토막여행' 이라는 프로그램을 그녀의 실수로 하차하게 되어 생계부터 막막해져 버린 상황에서 여행이라는 키워드는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책을 읽던 중 '야마구치 모모에'의 '여행하기 좋은 날'의 아련한 선율이 문득 떠올랐다. 천천히 돌아가는 오래된 그녀의 LP에 바늘을 얹고 작은 볼륨으로 음악이 흐르게 두고 다시 마주하게 되니 무겁지 않은 내용의 드라마지만 더더욱 분위기에 빠져들어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그 곳에는 '와카에리'가 있었다.

여행대리가 말해주듯 나또한 동행하며 보고 느끼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고 곳곳에 뻔하지만 눈물이 맺히는 그런 잔잔한 감동 또한 숨어있었다.

여행을 대신한다? 몸이 불편하거나, 갈 수 없는 상황이거나 등등의 퍼즐조각이 우선 떠오르겠지만 이보다는 아마 요즘 사회에 있어 대리, 대신 해주는 풍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은근한 매력으로 또다른 호기심으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결과물은 어떤 것으로 원하시나요?" 내가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것, 하고 싶은 것을 영상 또는 수기, 사진 등의 다양한 포맷으로 제공해 주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최근 먹방 프로그램이나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고 숨은 맛집이나 명소들을 탐험하는 여행 프로그램 등을 보면서 '대리만족'의 표면화가 이정도로 구체화 되어 있다는 것에 이미 놀란적이 있어서 인지 이런 여행 대리인은 꽤 괜찮은 형태의 프로젝트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에서 이런 대리인으로만 표현되는 여행 이야기만을 생각했다면 오산일 것이다.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현실에서 풀어내는 소재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을 꼬집어 말하고 있는 것이 크기 때문이다. 여행은 즉, 결과물이 아니라 경과물이 아닐까. 오카에리를 통해서 떠나는 대리여행이 아니라 오카에리와 함께가는 여행처럼 느껴지는 것에서 마음이 더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것이다. 그녀의 소속사 사장인 '텟베키' 사장 이 한 말처럼 수없이 많은 여행을 지켜보고 감독 관리해왔지만 정작 본인은 한번도 여행을 다녀오지 못할 만큼 어려운 것인 것처럼 누구나 삶의 한가지 이상의 이유, 핑계 등으로 마음의 여유를 미루어 왔기 때문에 떠나기 어려운 것이다.

다소 무겁고 위트넘치는 주제를 잔잔한 드라마로 그려낸 이 작품은 가볍지만 훈훈한 무엇인가를 남겨두고 떠나는 흥미로운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이제는 정말 떠나볼 시간이다.

- 문화 컬렉터 박후성 -

 (다방면의 문화컬렉터로 각종 잡지 및 매체에 음반 및 서적 관련 글들을 싣고 있으며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활동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