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게이, 드랙 퀸, 트렌스젠더 등등 성적 소수자들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은 90년대에 절정을 이루었기 때문에, 아직도 이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또?"라고 반문하고 싶은 시점이지만, 올해 아카데미는 유난스럽게도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바로 이 '판타스틱 우먼'을 올려 놓았고, 결국 이 녀석에게 상을 주었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과 대도시에서 드랙 퀸이나 호모, 트렌스젠더는 이제 사실상 일상에 속하기 때문에 결국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려면 지구촌의 변방 국가들이나 소도시로 갈 수 밖에 없으며, 그러다보니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호모가 아직 일상화되기 전인 1980년대의 이태리 시골로, 그리고 '판타스틱 우먼'은 트렌스젠더에 거부감을 가지는 칠레로 가게 된다.

그러니 뭐 안보고 패스하기는 좀 아쉬워서 두 작품을 한달 텀으로 보았는데, 결론은 "둘 다 안보면 큰일 날 뻔했다."

호모, 트렌스젠더 소재에 스페인어권 영화라면 제일 먼저 스타일리쉬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떠오르지만, '판타스틱 우먼'은 스패니쉬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알모도바르와는 전혀 다르게 스토리와 영상을 전개해 나간다. 마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칠레의 산티아고 만큼의 차이가 나는데, 고색창연한 올드 스쿨 무드에 특별히 극적인 드라마 장치도 없이 중간중간의 쉼표를 통하여 역으로 강약을 조절해 나간다. 내공이 있다는 애기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트렌스젠더라는 소재를 고전 헐리우드 필름 느와르 식으로 재현하여서 일견 진부하기도 하고, 얼핏 스패니쉬 신파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도 다가올 수가 있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면서 '오우~ 감독 이 친구 내공이 장난 아니네.."라고 감탄사가 튀어 나오려면 , 보는 관객도 영화를 본 구력이나 내공, 둘중의 하나는 조금 갖추어야만 한다. 아닐 경우, 그냥 촌스러운 칠레 영화일 뿐일 수도 있다.

"너만 영화볼 줄 아냐?"고 되묻는다면, 솔직히 할 말은 별로 없다. 대신 아카데미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호구들은 아니라는 점은 믿어도 좋다고 애기하고 싶다. 본인도 랩을 못하면서 '고등래퍼'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얼치기 코리안 래퍼들하고는 좀 다른 것이 그래도 아카데미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이라고 그냥 믿고 넘어가자... ^^ 19일에 개봉한다는데, 곧바로 비디오로 출시될 것은 분명하다. 상업성은 내가 볼 때 마이너스 20 이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