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울 어멍 장영산’ 1부가 방송된다.

새벽 6시, 동도 트기 전- 제주도 서귀포 오일장이 선다. 활기찬 장터를 여는 상인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가 있으니, 능수능란한 솜씨로 마늘을 파는 장영산(89) 여사다. 서른두 살에 시작한 장돌뱅이 삶, 서귀포 장, 중문 장, 표선 장, 모슬포 장, 제주 장… 제주도 동서남북, 안 가본 장터가 없다니 그 세월이 반백 년이 넘는다.

여든아홉 장영산 여사, 제주 애월 중산간에서 태어나 물질 잘하던 상군 해녀 아가씨는 6.25 전쟁 중 홀로 피난 내려와 제주도까지 온 동갑 청년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제주 최초로 면사포를 쓰고 결혼해 신문에까지 났다는 어머니의 젊은 날은 화려했다. 

사진 제공 : KBS

결혼 후, 서귀포에 자리 잡았고 육 남매를 낳았지만, 형편이 좋지 않았다. 운전기사인 남편 월급으로는 여덟 식구 살기 빠듯했고, 젊은 아내는 장터를 돌며 장사를 시작했다. 버스비도 아까워 걸어 다녔고, 채소 장사, 달걀 장사, 귤 장사… 돈 되는 건 다 팔아보았다. 

그래도 형편은 나아지질 않았고, 평생 실향민의 그리움을 안고 살던 남편마저 쉰두 살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고생만 하다 떠난 남편이라 더 애달프고, 그래서 남편과 지은 옛집은 자식들이 다시 지어준다 해도 손도 못 대게하고, 고집스레 혼자 살고 있다. 

강인한 제주 어멍은 15년 전부터는 서귀포 장에서만 마늘을 팔고 있다. 얼마나 많은 마늘을 깠는지 어머니의 손은 곱았고, 손톱은 까맣게 죽어버렸다. 그럼에도 혼자 살림하고 장을 보고, 칼칼한 성품도 옛날 그대로다. 억척스럽게 버텨낸 어머니의 인생. 당신의 자랑이라면 잘 자란 육 남매다.

그 옛날, 두 돌 된 막내아들을 큰딸에게 맡기고 장사를 시작했으니 자식들 품에 한번 따뜻하게 안아볼 여유가 없었다. 장사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다섯 동생은 열두 살 된 어린 나이의 큰딸  춘화 씨(67)가 돌봤다. 소풍 한 번 가보질 못했고, 어린 동생을 둘러업고 운동장을 배회할 땐 서럽기까지 했단다. 

그래도 그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아주는 동생들이 있어 후회스럽진 않다는 심성 고운 춘화 씨. 예순일곱이 되도록 평생 엄마 곁을 떠난 적 없다. 엄마에게 장사를 배웠고, ‘그 어머니에 그 딸’이란 말을 들으며 장사 잘하고, 살뜰히 어머니를 챙긴다. 부지런한 어머니를 닮은 동생들도 반듯하게 자라, 지금은 모두 번듯하게 살고 있다.

물질 잘하고, 장사 잘하고 뭐든 하면 대장이었다는 어머니. 12년 전에는 전국노래자랑 서귀포 편에 출연해 노래 실력 아닌 춤 실력으로 인기상을 거머쥐었다는데, 평생 고단하게 살아온 어머니의 삶이 반짝했던 순간이었을까 가족들은 모이기만 하면 옛 비디오테이프를 틀고,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제 얼마 후면 어머니의 여든아홉 생신. 고달픈 삶이었을지언정 꿋꿋하게 살아낸 장영산 여사의 삶, 어느덧 당신 뿌리로 4대를 이루었고, 채소 장사로 성공한 막내 아들네서 거한 생일 파티가 열린다.

혹여나 자식들의 짐이 될까, 쉼 없이 일해 본인의 마지막 길 장례비까지 마련해뒀다는 장영산 여사. ‘내 몸이 성할 때까지는 자식들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장터에 바쳤지만 사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울타리가 되고픈 그 마음, 제주 어멍 장영산 여사의 가장 빛나는 유산이다.

KBS 1TV ‘인간극장-울 어멍 장영산’ 1부는 5일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