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리포터=토시키 아오야마] 공연 차 일본을 방문 중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PO)와 수석 지휘자 겸 예술 감독인 사이먼 래틀(62)이 24일, 도쿄 산토리 홀에서 공개 리허설을 실시하면서 음악 전공 학생들을 초대하여 귀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지난해 5월 일본 방문 시에는 베토벤 교향곡 중심이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투어에서는 후기 낭만파부터 근현대까지의 화려한 오케스트라 소리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R 슈트라우스 『 돈 후안 』, 브람스 『 교향곡 제4번 』, 라흐마니노프 『 교향곡 제3번 』, 스트라빈스키 『 페트루슈카 』, 바르토크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 올해 11월에 베를린에서 초연된 직후 위촉된 작품인 진은숙『 Choros Chordon』. 특히나 현대의 "신곡"에도 도전하는 태도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정력적으로 개척한 BPO× 래틀의 15년을 상징한다. 

이 날 리허설 공연 프로그램은 R 슈트라우스, 바르토크, 브람스. 

리허설 시간 직전 전 단원이 자리를 잡고 마에스트로 래틀은 어느새 스테이지 위에 등장하여 단원들과 뒤섞여 담소하고 있었다. 특히 곡 사이 사이에도 백발의 머리를 흔들면서 앞장 서서 각 주자의 곁을 돌며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원들과의 친근한 거리감을 소문대로 스테이지 위에서 가감없이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근현대 레파토리를 펼치면서 연주력이 매우 비약했다고 평가받는 "래틀 시대"의 BPO로서는 그 중에서도 압권이었던 것이 바르토크. 이번 일본 투어 솔리스트에는 건초염으로 빠진 랑랑 대신 급히 유자 왕이 기용되었다. 불을 뿜는 듯한 앙상블 속에서도 오케스트라는 피아노를 뒷받침하는 안정감을 유지하였으며, 유자 왕 역시 어지러울 만큼의 초절 기교를 펼치며 긴장된 표정없이 당대 제일의 비루투오소로서의 관록을 과시했다. 시종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했던 음악 전공 학생들은 바르토크가 끝나자 모두가 일시에  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역사에 "뉴웨이브"를 가져다준 BPO X 래틀 콤비의 계약은 올해로 종료되며, BPO는 새로운 지휘자로 러시아 출신의 키릴 페트렌코(45)를 맞이하였고, 래틀은 모국의 명문 런던 교향악단(LSO)의 음악 감독으로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다.  LSO가 "마지막 일"이라고 다짐한 래틀이 모국에서 자신의 예술을 어떻게 "완성"시키느냐에 전세계 클래시컬 뮤직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