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 음악평론가] 21일 일본의 연예계 뉴스는 아무로 나미에의 1년 후 은퇴 발표로 도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접한 내 가슴 속에서도 일순간 파노라마가 휘몰아쳤다.

평소 개인적인 상상 중의 하나는 "만약 일본 가요가 한국 시장에서 차단되지 않았더라면...아무로 나미에는 90년대 한국에서 아마도 마이클 잭슨이나 서태지 만큼의 인기를 누렸을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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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방탄소년단의 일본 내 열기에 흥분하는 한국 대중음악계이지만, 일본 대중음악의 한국 내 차단은 아마도 남북통일이 될 즈음에나 완전개방이 가능하리만큼 전혀 앞이 보이지를 않는다. 사실 이제는 완전 개방을 해도 케이팝의 인기를 능가할 만한 제이팝 아티스트가 별로 없는데도 말이다. 여기서 완전개방이란, 공중파에 일본 가수가 등장해서 일본어로 노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캐나다 드라마 '킴스 컨비니언스'를 보면, 주인공인 한국계 편의점 주인 김씨 아저씨는 평소 절친인 중국계 아저씨와 둘이 만나기만 하면 "쪽바리 XX들"이라면서 일본 욕을 하는 것이 삶의 낙들 중의 하나이다. 이런 한국인들의 감정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문화와 역사는 별개"라는 식의 뻔한 레토릭을 구사할 생각도 없고, 일본 문화를 찬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지금은 그저 90년대에 너무나도 사랑했던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의 은퇴 소식과 그녀가 어느새 40의 불혹이 되었다는 사실에 내 삶의 궤적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플 뿐이다.

'바네싸 파라디'에 반해 에어프랑스에 올라탔던 기억 못지않게, '아무로 나미에' 때문에 평생 처음 JAL에 올라탄 기억이 생생하며, 대중음악이란 이렇게 각자의 인생의 사운드트랙이 된다는 점을 재차 실감하는 하루이다.

( ** 라이브엔은 2017년 3월 부터 MBC 방송작가, 싸이더스 iHQ 영화제작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음악 평론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인 이상무 씨의 케이팝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