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안두겠어~!” 털털한 여장부 스타일, 거침없고 화끈한 연기를 뽐내며 ‘오서방’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던 미녀 배우 오승은. 밀레니엄 시대가 열리던 2000년, 스물두 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청춘 시트콤 ‘골뱅이’로 데뷔해 영화 ‘두사부일체’, MBC 시트콤 ‘논스톱4’, 드라마 ‘김약국의 딸들’에서 연이어 히트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영화, 드라마, 예능을 섭렵하며 승승장구 하던 그녀는 방송생활 8년 만에 돌연 결혼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저의 마음의 심지, 두터운 심지를 만들어 준게 제 고향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제 길을 가줄 수 있게 해준 게 제 고향이기 때문에. 이번에 그래, 어 조금 놔보자. 그렇게 조금 뭔가 빛을 쫓아가는 느낌?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고향에서 밝음을 찾고 싶었어요.”

결혼 6년 만에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고 그녀가 두 딸(채은, 리나)과 함께 선택한 곳은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경상북도 경산시였다. 보물이 된 두 딸과 자신에게 밝고 긍정적인 빛이 되어 줄 것만 같았던 고향에서의 3년이다.

사진 제공 : MBC

■ 온 몸의 엔진이 꺼졌던 식물인간 같았던 열흘, 그 후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제 몸과 마음은 많이,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그 마음이 들킬까봐. 저 스스로한테 들킬까봐 정말 쉬지 않고 뭔가 계속 일하고, 움직였어요. 나중에는 끝까지 찼는지 몸이 그냥 엔진이 꺼져버리더라고요. 그래서 한 열흘 정도 누워만 있었어요”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지은 2층 집. 2층은 딸들과의 생활공간이고 1층은 카페를 운영 중이다. 승은씨가 쓸고 닦는 1층 카페는 쿠션부터 컵, 화장실 휴지걸이까지 오승은의 아이디어와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다. 한 달에 한 번씩 지역의 음악하는 지인들과 함께 공연도 한다.

그 덕분에 불경기에도 손님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뒤에는 승은씨가 3년 전 고향에 오면서 마음이 아픈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자기 몸이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24시간을 쪼개가며 카페에 공을 들였던 시간들이 숨어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식물인간처럼 열흘을 앓아누웠던 그때, 처음으로 그녀는 쌓아두고 살지 말자 그때그때 분출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가 찾은 방법은 바로 노래였다. 무작정 노래방에서 혼자 네 댓 시간씩 노래부르기를 수 일. 심지어는 노래방에서 만난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는가 하면 음반에 뮤직비디오까지 냈을 정도. 카페 정기 공연 무대에서 그녀는 오늘도 “저 산이 나를 막겠어~!”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다시는 아프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사랑하는 가족 때문에라도 나의 천직은 배우

“(연극영화학과 입학이) 막상 덜컥 됐는데 서울에서 생활을 하자니 숙식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엄마가 주변에 막 돈을 빌리고 다니셨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엄마가 사시던 집을 정리를 하시고 산 밑에 있는 허름한 집으로 이사를 하시고 그 이제 뺀 돈으로 서울에 집을 얻어 주셨었어요. 엄마아빠는 저 때문에 정말 산 밑에 왜 추우면 파카입고 이불 덮어쓰고 자야 될 정도로 웃풍이 막 숭숭 들어오는 집으로 이사를 하신 거예요.”

평생 도배일로 마련한 아파트를 팔아 딸의 서울 생활을 지지해주었던 부모님. 19년 만에 엄마와 찾아간 산중턱의 옛집은 가족들의 희생과 사랑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여섯 살 어린 시절부터 맞벌이 부모님 대신 밥을 차려주고 화장실을 함께 가주던 하나뿐인 오빠는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무뚝뚝함 속에서도 1호 팬임을 자처해 결국 촬영 중 승은을 울컥 눈물짓게 했는데. 과연 오승은을 울린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활동을 재개하면서 서울에 갈 일이 생길 때마다 딸들과 생 이별식을 치르는게 힘들지만 오승은은 자신을 기억해주는 팬이 있는 곳이라면, 작은 기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가장 바라는 것은 연기자로써 다시 서는 것. 자신의 천직은 배우이기 때문이다.

흉터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는 것처럼, 두 딸과 가족을 위해 남들이 만들어 놓은 행복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을 채워나가겠다는 배우 오승은. 그녀가 찾아낸 두 번째 행복을 만나보자.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오승은 편은 10일 오전 8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