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케이팝 칼럼] 천편일률 아이돌 판인 케이팝 마켓에서 어쩌다가 헤이즈의 '널 너무 모르고'가 군계일학으로 참 맘에 들었지만, 정작 라이브로 노래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나서는 허탈하리 만큼 썰렁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좋은 곡과 노래 잘하는 가수가 만나기가 한국 가요계는 어쩌다 이렇게 힘든 엇박자 지경이 되었을까 모르겠다.

사진제공 = DSP미디어

그 와중에 가장 기대하던 그룹이 KARD...데뷔 이전에 발표했던 '오나나' '돈리콜' 등이 끈적거리면서도 섹시하고 듣기 좋아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놓은 'Hola Hola', 그냥 뮤직 비디오로 감상하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고 전작들에서의 지나친 리안나 흉내도 많이 완화되어서 팝 스타일로 잘 버무려졌다. 하지만 데뷔 쇼케이스에서 보여준 그들의 라이브 퍼포먼스는...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각자의 개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한국식 아이돌 퍼포먼스와 MR에 덧입힌 반립싱크. 남녀 아이돌 지망생들을 모아 비아이돌 혼성 그룹 형태로 만들었다고 예측을 했지만, 결과는 또 한국식 아이돌 방식의 도돌이표다.

영국과 미국 아이돌 그룹의 본보기라 할 스파이스 걸스와 백스트리트 보이즈 만을 보더라도, 열 맞추어 군무를 할 때와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파트를 잘 어우러지게 만든다. 리드 보컬의 가창력은 당연히 탁월하고, 라이브 스테이지를 처음 보아도 각자의 시그니쳐 퍼포먼스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 똑같이 프로듀서가 멤버들 선발해서 합숙시키며 만든 그룹들인데도 말이다.

남녀 혼성 그룹의 본보기라 할 블랙 아이드 피스는 아예 군무가 없어도 신나는 파티 분위기를 조성하고 Fergie의 폭발적인 가창력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일단 4명의 멤버들이 얼핏보면 전혀 다르고, 같은 동작도 없고 무대에서도 여기저기 제각기 노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에는 전체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이게 바로 실력인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DJ DOC가 존재했었다.

비자생적인 아이돌 지망생들을 모아서 내놓은 결과물에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기왕 베끼려면 개성 넘치는 영미식을 베낄 일이지, 노래는 리안나를 베끼면서 퍼포먼스는 종래의 한국 혹은 일본식 아이돌들을 베끼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결국 한마디로 아직 케이팝은 제작자 혹은 프로듀서들의 실력이 너무 없다.

( ** 라이브엔은 2017년 3월 부터 MBC 방송작가, 싸이더스 iHQ 영화제작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음악 평론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인 이상무 씨의 케이팝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