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음악 평론가] 대중음악에서는 20년부터 30년이 되는 시기까지를 골든 애니버서리라고 칭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사이에 좋아했던 음악과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인생의 사운드트랙이 되어서, 3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기에 접어들 무렵에 어마어마한 노스탈지아를 몰고 되돌아 온다.

영화나 드라마의 감독들이 무르익는 시기도 이 즈음이어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대략 20년 전부터 30년 전 사이의 히트곡들을 주로 배경 음악으로 사용한다. 나와 동년배이다 보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볼 때면 영화도 영화지만 사용되는 사운드 트랙에 감탄과 감동을 할 때가 많다. 

특히 20주년에서 30주년 까지는 아티스트 본인들이 아직 무대에서 싱싱하게 노래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골든 타임으로 본다. (뭐 물론 가요의 이선희나 영국의  롤링 스톤즈 같이 세월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천하무적의 가수들도 있기는 하지만)

또한 지금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DVD/ Blu-ray가 Eagles의 재결합 라이브였다는 점이 골든 애니버서리의 마케팅 면에서의 위력을 대변해 준다.

사진출처 = 서태지 SNS

가요에서는 서태지가 25주년 콘서트를 발표했고, 젝스키스 부터 이효리와 클론 등등 90년대 스타들이 컴백으로 화제를 모은다. 팝에서도 레프트 아이가 세상을 떠난 TLC가 되돌아 오고, 반면에 빅토리아 베컴의 반대로 스파이스 걸스의 20주년 재결합이 무산되어서 많은 팬들이 아쉬워 하기도 했다.

팝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빅스타들의 20주년과 30주년 콘서트가 각 세대별로 엄청난 화제이지만, 우리의 경우 대한민국이 지구촌의 정상적인 현대문화 국가군에 속하게 된 시발점이 90년대 부터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청소년기 혹은 20대를 보낸 세대들을 위한 20주년 시기인 지금이, 골든 애니버서리의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

20년 주기 스타들의 컴백에서 핵심은 신곡이 아니라 콘서트이다. 아직도 매력적으로 보이려 애쓰는 이효리는 그런 면에서 머리가 나빠 보이고 ( 연초의 S.E.S 처럼 핑클이 원 나잇 온리로 재결합 공연을 해야지 혼자는  ㅋㅋ), 서태지와 클론은 핵심을 잘 짚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개인적으로 가요에서 90년대에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자우림인데,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코 앞에 두고 드러머가 활동 중단을 선언해서 요즘 뒤숭숭한 상태인듯 보인다. 뭐 솔직히 드러머가 빠지던 말던 팬들로서는 별 상관이 없지만 (어차피 김윤아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본인들로서는 썰렁한 모양이다. 여하튼 나는 '매직 카펫 라이드'를 들으러 가야겠다.

( ** 라이브엔은 2017년 3월 부터 MBC 방송작가, 싸이더스 iHQ 영화제작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음악 평론가 겸 기자로 활동 중인 이상무 씨의 케이팝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