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원제: Le passé)를 방영한다.

2013년 제작된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베레니스 베조, 타하르 라힘, 알리 모사파 등이 출연했다.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줄거리

영화는 별거 중인 부부가 이혼 재판을 마무리 짓기 위해 4년 만에 다시 만난 상황에서 시작한다. 아마드(알리 모사파)는 별거 중인 아내 마리(베레니스 베조)와 이혼하고자 파리로 돌아온다. 마리가 미처 숙박 예약을 해두지 않은 탓에 아마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마리의 집에 머물기로 한다.

그런데 마리의 집엔 마리의 약혼자 사미르(타하르 라힘)와 그의 아들이 있다. 그리고 마리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도 그 집에 함께 있다. 사미르의 아내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입원 중이다. 마리의 딸 뤼시는 사미르를 싫어한다.

게다가 뤼시는 입원 중인 사미르의 아내에게 이상한 죄책감을 갖고 있다. 아마드는 마리와 뤼시, 사미르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사진 제공 : EBS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주제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에서 이야기 자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구성 방식이다. 영화는 가족들의 어색한 관계를 차례로 보여주고, 관계가 어색해지게 된 원인은 각 인물들의 여러 사정을 겹겹이 쌓아 전달하며 관객이 스스로 중심 내용을 추론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사미르의 아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만 짐작이 가능할 뿐, 무엇이 사미르의 아내를 벼랑으로 몰았는지는 끝내 알 수 없다. 인물들이 제각기 고백한 것들 중 하나일 수도 있고, 그 모두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굳이 어떤 교훈을 꺼내고자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후회할 행동은 하지 않을 것', '말 한 마디도 조심해서 할 것' 정도의 문장이 나올 텐데, 영화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인간 내면의 복잡성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감상 포인트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의 영어 제목은 '지난 날'(the past)이다. 현재의 상황이 이어지지만 인물들은 모두 과거에 자신들이 행했거나 지나온 어떤 일들에 발목이 묶여 있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숨겨져 있던 사실들이 한 꺼풀씩 드러나며 사건의 중심을 향해 간다. 인물들은 각자 사미르 부인의 자살 기도 원인이 무엇인지 제 나름대로 추측한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낚시다. 영화 말미까지도 정확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살 기도의 원인이 자신이 지난 날 행한 어떤 일들에 있지 않았을까 지레 짐작하며 두려워하거나 후회하는 인물의 태도다.

이들 가족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감독은 꼬일대로 꼬인 파편을 관객 앞에 던져 놓고 관객이 진실이 무엇인지 스스로 상상해보기를 바란다. 이야기의 복잡한 구성은 기교에 그치지 않고 관객이 미스터리의 중심에 다가서도록 만드는 매개가 된다.

아쉬가르 파라디는 계급 차이와 성차별 등 현대 이란 사회의 문제점을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완곡하게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감독 중 하나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 속의 또 다른 이야기로 파고들다 보면 어느새 그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에 닿게 된다.

EBS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27일 밤 10시 55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