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되는 MBN '휴먼다큐 사노라면' 275회는 '산골 주막 노부부의 인생 2막' 편으로 꾸며진다.

충청북도 제천시, 등산객들로 붐비는 백봉산 꼭대기에는 웬만한 관광지보다 유명한 주모 이남순(65) 씨와 웨이터 심상원(73세) 씨 부부가 운영하는 주막이 있다. 열아홉 때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남편 상원 씨와 결혼해,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지나 다불리로 시집을 왔다는 아내 남순 씨. 전기도 안 들어오는 산골에서 시동생 다섯에 내 자식 넷까지 기르느라 정신없이 산지 40여년, 게다가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남편 덕에 일복 터진 인생이었다. 그런 아내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뜬금없이 주모가 된 것이다.

청풍호 주변에 둘레길이 생기면서 부부가 쓰던 농막이 새삼 주목 받게 됐고, 시청의 제안 아래 농막을 주막으로 개조하기로 하게 된 것. 평생 농사일에 바빴던 남편은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픈 생각에 장사를 거절했었다. 그런데 웬걸? 아내는 시청 사람들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고, 지금은 장사 재미에 푹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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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4년 차. 그런데 봄만 되면 주막엔 작은 파문이 생긴다. 남들은 꽃놀이 다니느라 신바람이 나는데 주막 안에서만 맴맴 돌고 있으려니 답답한 남편 상원 씨가 한번 씩 울컥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원체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그는 넓은 세상 다니며 꽃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데, 손님들로 가득한 주막을 비울수도 없으니 심란하기만 하단다.

그러던 어느날, 필요한 재료를 사다 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받고 시내로 나간 상원 씨. 오랜만의 외출에 들떠 친구들을 만났고 그만 판이 커지고 말았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술이 술술 넘어가서 술인가? 오늘만큼은 주막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 시각, 해가 지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 덕에 아내는 몰아치는 주막 일을 해치우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몸도 힘들지만 속은 부글부글 폭발 직전. 철없이 잔뜩 취해 밤 늦게 돌아온 남편을 본 아내 남순 씨는 참았던 화를 터트리고, 47년을 살면서 아내가 화내는 모습을 처음 본 남편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젊었을 때 농사일 하느라 고생하고 다 늙어서는 아픈 다리 이끌고 주막일 돕느라 고생이다.

사실 아내 남순 씨는 남편 상원 씨가 마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젠 아내하고 싶은 것 한번쯤 해줘도 되는 것 아닌가 싶은 마음에 서운한 마음이 커져만 간다.

남순 씨는 오랜만에 집을 찾아온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작은 소망을 털어놓는다. 그건 젊어서 못해본 전통혼례를 다시 올리는 것. 아내의 마음을 알게 된 남편은 다 늙어 무슨 소리냐며 면박을 주고 외면해 버린다. 과연 남순 씨의 작은 소망은 이뤄질 수 있을까? 23일 밤 9시 50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