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영화 ‘테스’ (원제: Tess)를 방영한다.

1979년 제작된 영화 ‘테스’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나스타샤 킨스키, 피터 퍼스, 리 로우슨 등이 출연했다.

영화 ‘테스’ 줄거리

평민 잭 더비필드는 어느 날 자신이 귀족 더버빌 가의 핏줄임을 알게 되고, 이를 이용해 팔자를 고쳐보고자 딸 테스 더비필드를 더버빌 가로 보낸다. 테스의 미모를 눈여겨본 사촌 알렉 더버빌은 테스에게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접근하고, 테스는 알렉의 호의에 속아 넘어가 그의 아이를 임신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죽고, 테스는 새 출발을 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농가로 떠나 소젖 짜는 일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성직자의 아들인 에인절은 테스에게 한눈에 반하고,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구애를 한다. 처음에 테스는 에인절이 자신의 과거에 어울리지 않는 남자라고 생각해 거절하지만, 에인절은 천사같이 순수한 모습의 테스에게 환상을 품고 청혼까지 하기에 이른다.

에인절에 대한 호감과 어두운 비밀 사이에서 갈등하던 테스는 이내 결혼식 첫날밤 자신이 미혼모였다는 과거를 털어놓는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테스를 사랑했던 에인절은 자신이 간직했던 순결한 여인의 모습이 깨지자 결국 사회의 경직된 관습을 극복하지 못하고 브라질로 떠나고 만다.

인생의 두 번째 남자에게 거절당한 테스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알렉이 또 나타난다. 남편 에인절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힘겹게 살아가던 테스에게 알렉은 계속 끈질긴 유혹을 보내고, 결국 테스는 생활고와 괴로움에 지쳐 알렉의 정부가 된다. 브라질에서 많은 고민과 후회를 거듭하던 남편 에인절은 뒤늦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테스는 너무 늦었다며 울부짖는다.

그리고 절망에 휩싸여 자신의 불행의 씨앗인 알렉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테스는 이로 인해 교수형을 선고받고, 마지막 며칠을 사랑하는 에인절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사진 제공 : EBS

영화 ‘테스’ 주제

토마스 하디의 원작 ‘더버빌 가의 테스’를 영화한 작품이다.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당시 여인의 순결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이로 인해 부당하게 억압당하는 여인 ‘테스’의 모습을 그렸다. 테스는 여성에게만 순결의 의무를 부과하는 사회에서 ‘미혼모’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공개적인 낙인이 찍힐 것을 두려워하며 자유롭게 사랑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테스는 연약한 피해자로 살기를 거부하며, 사생아라는 이유로 세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자신의 아이에게 직접 세례를 해주고, 새로운 마을로 떠나 억척 같이 노동을 하는 등 눈앞에 놓인 일상을 거침없이 마주한다.

이런 강인한 모습은 테스를 더욱 아름다운 여성으로 보이게 하고, 순결을 잃었음에도 작품 안에서는 ‘순수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당대로서는 파격적인 주제로 사람들의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은 토마스 하디의 원작과 마찬가지로, 로만 폴란스키의 테스 역시 순수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고 사회가 강요한 죄인으로 살아가는 한 여인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려냈다.

영화 ‘테스’ 감상 포인트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부인 샤론 테이트를 통해 소설을 접하고 원작에 매료되어 영화화를 결심했다. 줄거리는 원작을 따르면서도 소설의 어두운 분위기를 좀 더 밝고 부드럽게 표현하기 위해 영상미와 음악을 활용했다. 테스가 알렉을 죽인 장면이나, 그녀가 교수형을 당하는 폭력적인 장면도 원작 소설보다 간접적으로 연출하였고, 이에 관객들은 테스를 더욱 순수한 여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폴란스키 감독은 토마스 하디의 원작의 틀을 유지하되, 또 새롭게 각색하였다. 영상미와 음향 등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여 묘사한 포근한 대자연과, 부드러운 시선으로 조명한 주인공 테스는 폴란스키가 재해석한 영화판 ‘테스’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나스타샤 킨스키의 청순하고 강인한 매력도 볼거리이다. 테스는 1979년 개봉하자마자 세계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6개 부문에서 세자르 상을 수상하고, 골든 글로브 3개 부문과 아카데미 6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테스’ 감독 로만 폴란스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유대계 폴란드인 부모님에게서 태어났으며, 어머니는 나치 수용소에 끌려가고 본인도 여러 공포스러운 경험을 겪으며 성장했다. 그는 인간의 어두운 심리 묘사에 탁월하며, 이를 섬세하고 긴장감 있게 연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뷔작 '물속의 칼'을 시작으로, '혐오', '프랜틱', '요식 행위', '진실' 등으로 연이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또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많이 만들었는데, '맥베드', '테스', '올리버 트위스트' 등의 작품이 있다.

폴란스키 감독은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며 제라르 드파르디외, 카트린 드뇌브, 해리슨 포드, 시고니 위버 등 유럽과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들과 함께 많은 작품을 제작했는데, 이 중에는 '실종자'처럼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블록버스터도 포함되어있다.

또한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피아니스트를 다룬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테스', '차이나타운'으로는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최근 작품으로는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스릴러 '유령 작가', '대학살의 신' 등이 있다.

EBS 영화 ‘테스’는 22일 밤 11시 40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