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원제: 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를 방영한다.

2004년 제작된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오오사와 타카오, 시바사키 코우, 나가사와 마사미, 모리야마 미라이, 야마자키 츠토무 등이 출연했다.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줄거리

사쿠타로(오오사와 다카오)와 다리를 저는 리츠코(시바사키 코우)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삿날, 리츠코는 짐속에서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를 발견하고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어떤 일을 문득 떠올린다. 잠시 어딜 좀 다녀오겠다는 메시지만 남겨두고, 리츠코는 시코쿠 지역으로 떠난다. 사쿠타로는 리츠코의 흔적을 따라 시코쿠로 가 그곳에서의 추억을 기억해낸다. 시코쿠는 사쿠타로의 고향이자 첫사랑 아키(나가사와 마사미)와의 기억이 있는 곳이다.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스틸 컷
영화는 1986년 여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고등학생 사쿠타로(모리야마 미라이)는 공부에도 운동에도 능하고 예쁘기까지 한 동급생 아키에게 반한다. 사쿠타로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던 아키는 어느날 하굣길, 집에 가던 사쿠타로의 스쿠터에 올라탄다. 그날 이후로 둘은 친구가 된다. 라디오 얘기를 하던 둘은 각자 사연을 응모하기로 하는데 사쿠타로가 거짓으로 쓴 사연이 채택된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소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슨 이유에선지 아키는 과민반응을 보이며 사쿠타로에게 화를 내고, 사쿠타로는 의아해한다. 아키가 테이프에 녹음해 온 속내를 들으며 둘은 화해를 하고, 그 뒤로 서로 테이프에 진심을 녹음하는 방식으로 음성편지를 나누며 둘은 더욱 가까워진다. 둘은 ‘꿈의 섬’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섬이다. 폐가 안에서 버려진 소품들을 가지고 놀며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다음날 집에 돌아오려고 하던 중 아키는 코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그날 이후로 아키는 병원에 입원하고 사쿠타로는 아키의 병문안을 가며 다시 일상을 공유한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사쿠타로는 아키가 백혈병임을 알고서 크게 상심한다. 아키는 나날이 시들어 가고 사쿠타로는 아키가 가고 싶어하던 ‘세상의 중심’, 호주 울룰루에 아키를 데려가기로 한다.

그러나 기상 악화로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고, 사쿠타로와 아키의 희망은 좌절된다. 그 일로 병세가 악화된 아키는 얼마 가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영화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아키와의 일들을 회상하던 사쿠타로를 비춘다. 사쿠타로는 잊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어느새 아키를 잊고 있던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다.

한편 리츠코가 갖고 있던 테이프는 아키의 마지막 음성이 담긴 테이프였다. 아키가 병원 생활을 하던 때에 사쿠타로에게 테이프를 전달해주던 소녀가 리츠코였던 것. 하지만 리츠코는 거세게 비가 오던 날, 아키의 마지막 테이프를 사쿠타로에게 전해주러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다리를 절게 된다. 시코쿠를 돌며 모든 기억들을 떠올린 사쿠타로와 리츠코는 아키의 바람대로 함께 울룰루에 가서 아키가 살지 못한 미래를 약속한다.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주제

“왜 잊게 되는 걸까 소중한 것들이 많았는데 말야.” 사쿠타로의 회한 어린 탄식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주제를 함축한다. 그토록 절절했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고 현실에 지치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기에 현재를 버티기 위해 망각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사쿠타로를 찾아온 옛 사랑의 기억은 어느새 어엿한 어른이 된 사쿠타로를 다시 괴롭게 만들지만 이젠 곁에 다른 사랑이 있는 사쿠타로는 비로소 기억의 고통을 이겨내고 홀로 버틸 수 있게 된다. 같은 사람의 기억을 두 사람의 어깨에 나눠지고 사쿠타로와 리츠코는 함께 현실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가 개봉한 2004년에 불던 순애보 붐에 힘입어 대단한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감상포인트

사쿠타로가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는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다. 성인이 된 사쿠타로의 시점을 빌어 과거로 이동하면서 영화는 비슷한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시도를 한다. 사쿠타로와 아키가 사랑을 나누는 매개로 쓴 워크맨, 심야 라디오 방송 등은 19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의 추억을 담은 아이템들로 역시 원작엔 없는 설정이다.

리츠코로 출연한 배우 시바사키 코우는 가타야마 쿄이치의 원작소설의 열렬한 팬이었다. 출간 당시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원작소설은 당대의 스타였던 시바사키 코우가 모 인터뷰 도중 언급하면서 뒤늦게 화제에 올랐고, 한류드라마 ‘겨울연가’ 등으로 불어닥친 순애보 붐을 타고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시바사키 코우는 애정을 가득 담아 영화에도 출연했고, TV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선 주제곡을 불렀다.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유키사다 이사오는 이와이 슌지의 조감독 출신으로 일찍부터 ‘포스트 이와이 슌지’라 불리며 일본의 기대주 감독 중 하나로 거론된 사람이다. 이와이 슌지의 작품 중엔 '러브레터'(1995) 'UNDO'(1995)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1996) '4월이야기'(1998) 등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토호가쿠엔 공대 재학 중에 영화사 일을 시작했고, 카이조 하야시, 이와이 슌지, 할 하틀리 등의 조감독을 거친 뒤 데뷔작 '오픈 하우스'를 연출했으나 개봉하진 못했다.

개봉작으로 치면 '해바라기'(2000)가 정식 데뷔작이다. '해바라기'는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가네시로 카즈키의 동명 소설을 쿠도 칸쿠로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고'(2001)로 제25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았다. 초기작은 발칙하고 감각적인 상상력이 두드러졌으나 최루성 멜로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대히트를 친 이후 그가 내놓은 영화들은 대개 비슷한 무드의, 과잉된 드라마가 섞인 작품들이 주가 되었다. 최근엔 일본 영화 '내일까지 5분전'(2014), 미스터리 드라마 '핑크와 그레이'(2015), 핑크영화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2016) 등을 연출하며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BS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11일 밤 10시 45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