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되는 MBC 설 특집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꽃바람 여인’을 부른 트로트 가수 조승구를 만난다.

■ ‘말기 갑상선암’을 이겨내고 다시 노래하는 가수 조승구

‘사랑의 노예가 되어버렸어~ 꽃바람 여인~♬’ 2000년대 초, 전국의 여인들을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버린 노래. 15년이 넘도록 노래방 인기차트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곡, ‘꽃바람 여인’을 부른 트로트 가수 조승구를 ‘사람이 좋다’에서 만난다.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던 2007년, 극심한 피로에 병원을 찾은 조승구는 갑상선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흔히 치료가 어렵지 않아서 ‘착한 암’으로 불리는 ‘갑상선암’이지만 조승구에게는 달랐다. 이미 암세포가 림프선까지 전이된 상황. 갑상선암 환자의 5% 정도만 해당된다는 미분화암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 사진 : MBC

하지만 조승구를 힘들게 만든 건 시한부 선고가 아닌, 가수로서의 사망 선고. 반 년 간의 항암치료와 수술로 생사의 고비는 넘겼지만, 갑상선과 부갑상선 모두 제거하고 성대로 가는 신경을 30% 절단해 노래는커녕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너무 노래를 하고 싶으니까 억지로 노래를 했어요. 그냥 악쓰는 거였죠. 무대공포증이 생길 정도로 무대 오른다는 게 공포였어요. 목은 터질 것 같고 가슴은 너무 아프고. 그런데 저보다 더 힘들었던 건 아내예요. 무대 뒤에서 사람들 얘기를 듣잖아요. ‘조승구 노래가 안 나온다, 이제 끝났다’ 이 소릴 다 들었죠. 아내에게 약속했어요. 반드시 재활에 성공해서 목소리를 되찾고야 말테니까 걱정 말라고요.” - 가수 조승구 인터뷰 중

하지만 조승구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관악산에 오르며 재활 훈련에 매진했다. 결국 투병한지 만 10년이 된 지난 해, 드디어 완치 판정을 받았다. 10년을 한결같이 해온 등산과 복식 호흡 연습으로 성대의 결함을 극복하고 힘 있는 본래의 목소리도 되찾았다. 조승구를 보며 의료진들조차 기적이라고 말한다.

“의사가 ‘노래는 못 합니다. 아예 생각도 하지 마세요.’ 그랬거든요. 근데 신랑이 자기는 꼭 노래할거라고 저한테 약속하더라고요. 그리고 독할 정도로 운동을 하는 거예요. 의사가 말릴 정도로. 자기는 노래해야겠다고, 살아야겠다고, 결국 해내더라고요.” - 조승구 아내 이미경 인터뷰 중

“저는 승구 형이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만에 하나 병을 고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는 절대 못 한다고요. 그런데 본인이 계속 노력하고 연습해서 지금 무대에서 당당하게 노래하는 걸 보면 ‘기적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조영구 인터뷰 중

‘꽃바람 여인’이 사랑받기까지 10여년의 무명을 지나 짧았던 전성기, 그리고 생사를 넘나들며 암과의 전쟁에서 10년 만에 승리한 조승구. 암 투병 후유증을 이겨내고 다시 노래하는 그의 기적 같은 인생스토리가 공개된다.

■ 조승구의 꽃바람 여인, 내 아내는 매니저

조승구 옆에는 지난 20년간 어딜 가나 꼭 붙어 다니는 여인이 있다. 조승구의 히트곡 ‘꽃바람여인’처럼 운명같이 나타난 아내 이미경 씨. 그녀의 직업은 조승구의 ‘아내이자 매니저’다. 이미경 씨는 조승구와 함께 꽃바람 여인을 국민 애창곡으로 만들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동대문 시장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전국을 누비며 노래를 홍보했다. 젊은 시절 미스코리아 출신에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이미경 씨는 20년이 지난 지금, 웬만한 남자 매니저보다 배짱 있고 목소리 큰 베테랑 매니저가 되었다.

▲ 사진 : MBC

“처음에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가서 인사를 하고, 모르는 사람이라 할 말도 없는데 웃으며 홍보하는 게 너무 불편했죠. 사실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았어요. 그래도 노래하고 싶은 남편 때문에, 노래하는 남편의 모습을 좋아하는 저 때문에 계속 할 수 있었죠. 이제는 처음 보는 피디들에게도 반갑게 달려가서 인사해요. ‘조승구 씨 매니저예요’하면서!” - 조승구 아내 인터뷰 중

부부는 지난 20년간 전국 팔도 다니지 않은 곳이 없다. 송이 축제, 멸치 축제, 인삼 축제, 곶감축제, 깻잎 축제. 지방 공연이 많아 보름 만에 집에 온 적도 있다는 부부. 공짜 여행같아 부러울 수도 있지만 사실 갑상선암을 겪었던 조승구에게는 피로와 장거리 이동이 가장 위험한 적이다.

그래도 조승구가 마음 놓고 노래할 수 있는 건 아내 이미경 씨 덕. 베개 커버, 가습기, 믹서기, 제철과일, 약 등등 미경 씨의 가방은 남편의 건강을 위한 짐으로 한가득이다. 장거리 운전도 아내 이미경 씨 몫이다. 결혼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신혼 같은 조승구 부부의 특별한 결혼생활을 ‘사람이 좋다’에서 만나본다.

“아내가 없었으면 못했을 거예요. 아팠을 때에는 희망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 두고 싶을 때도 많았죠. 하지만 옆에서 ‘당신은 노래를 잘해. 할 수 있어.’ 얘기 해주니 맘을 바꿔먹고 더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아내는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가장 큰 뒷백인 것 같아요.” - 가수 조승구 인터뷰 중

■ 조승구를 만든 두 명의 여자, 그들을 향한 승구의 고백

지방 공연 스케줄에 생일을 맞은 아내 이미경 씨.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항상 남편만 챙기는 아내를 위해 조승구는 태어나 처음으로 미역국을 끓였다. 24시간 붙어있는 아내 몰래 준비한 생일파티. 과연 조승구의 이벤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조승구에게는 아내보다 더 먼저, 더 오래 극진히 챙겨준 또 한명의 ‘여인’이 있다. 바로 그의 어머니 명화 씨다. 6남매 중 장남인 아들에게 찾아온 암, 그것도 40대 초반이란 젊은 나이에 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는 아들을 지켜보느라 어머니 속은 새까맣게 탔다. 암을 극복하고 건강해진 지금까지도 조승구는 어머니에게 누구보다 아프고 마음 쓰이는 아들이다.

▲ 사진 : MBC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아들에게 먹이기 위해 손수 밭을 일구고, 몸에 좋다는 나물을 캐기 위해 추운 겨울에도 산에 오른다. 그런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단 한 번도 표현하지 못했던 무뚝뚝한 아들 조승구가 시골에 혼자 있을 어머니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어머니가 다니는 노래교실을 깜짝 방문한 것. 고향마을 읍내 노래교실에 뜬 ‘자랑스러운 가수 아들 조승구’. 처음으로 받아보는 아들의 깜짝 이벤트와 아들의 숨겨왔던 진심, 어머니의 마음을 울린 감동적인 현장이 공개된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두 여인이에요. 만약에 한 사람이라도 없었으면 조승구는 없죠. 두 사람이 기둥이 되어줬기 때문에 제가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 여자에게 받은 사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나머지 인생은 제가 두 사람을 보살피면서 살아갈 거예요.” - 가수 조승구 인터뷰 중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가수 조승구 편은 29일 오전 8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