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영화 ‘우주 전쟁’ (원제: War Of The Worlds)을 방영한다.

2005년 제작된 영화 ‘우주전쟁’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톰 크루즈, 다코타 패닝, 팀 로빈스, 저스틴 채트윈, 미란다 오토 등이 출연했다.

영화 ‘우주전쟁’ 줄거리

무책임하고 게으른 탓에 아내로부터 이혼당한 레이(톰 크루즈)는 브루클린의 부두 노동자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레이는 주말이라도 함께 보내라며 전 부인 메리(미란다 오토)로부터 아들 로비(저스틴 채트윈)와 딸 레이첼(다코타 패닝)을 떠맡게 된다.

한편, 우크라이나 지역에는 갑작스런 번개를 타고 지구에 미확인 비행체들이 하늘로부터 내려온다. 지구상의 모든 전자기기가 그대로 멈추고 그무렵 레이도 집 근처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을 만난다. 땅속 깊은 곳에서 나타난 괴물들은 구경하던 사람들을 삽시간에 한줌 재로 만들어버린다. 순식간에 주변은 초토화가 되고 레이도 일단 가족을 데리고 도망친다.

▲ '우주전쟁' 스틸 컷

괴물이 나타나기 전 극적으로 차를 고쳐둔 덕에 모든 자동차들이 움직일 수 없던 상황에서도 레이의 차만은 구동이 된다. 레이 주변의 피난민들은 레이의 차를 탐내고 빼앗으려 하지만 레이는 가까스로 아이들을 데리고 그 자리를 피한다. 사춘기의 아이들과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던 레이는 피난길에서조차 아이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어쨌건 레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메리의 집이 있는 보스턴까지 가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보스턴으로 향하는 배가 떠나는 항만에서 레이는 배를 타기 위해 악전고투를 하고 끝내 배에 오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배마저도 괴물들의 공격을 받아 좌초하고, 로비는 괴물들에 대항해 싸우겠다며 군에 합류한다.

좌초한 배에서 겨우 살아남아 레이첼과 도망치던 레이는 오길비(팀 로빈스)의 도움으로 오길비의 집에 숨어지내게 된다. 이때쯤 레이는 괴물들이 인간의 피를 흡수하는 것으로 지구상에서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괴물들에게 가족을 잃은 오길비는 괴물들을 자극해 싸우려 한다. 서서히 미쳐가고 있는 오길비에게서 은근한 위협을 느낀 레이는 레이첼이 모르게 오길비를 살해한다.

그리고 다시 은신처를 찾아 도망치던 중 괴물의 우주선에까지 잡혀들어갔다 탈출에 성공하고 괴물들의 약점이 무엇인지까지 알아낸다. 지구상의 미생물에 면역이 없던 괴물들은 스스로 힘을 잃게 되고 레이는 무사히 보스턴에 레이첼을 데려다준다. 그곳엔 로비까지 살아 돌아와 있다.

영화 ‘우주전쟁’ 감상포인트

‘우주전쟁’은 전통적인 미국식 장르영화와 가족드라마가 완벽히 결합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장르의 공식적인 컨벤션을 교묘히 깨부수는 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레이는 이러한 유형의 재난영화 주인공으로선 자격 미달이다. 게으르고 방만하며 책임감도 없다. 눈썰미는 있지만 교활해 보이며, 자기중심적이다. 우주에서 외계인이 쳐들어온 비상 상황에서 레이의 관심은 오로지 애들을 하루빨리 엄마한테 도로 맡겨버리는 것뿐이다.

사적인 욕망에 충실한 주인공을 따라 영화 ‘우주전쟁’ 또한 사적인 이야기로 채워진다. 정부가 비상시국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외계 괴물을 국가가 어떻게 처단할 것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닥친 순간의 위협만 가까스로 피하며 한걸음 한걸음 도피해나갈 따름이다. 가족드라마로 보기에도 미묘한 구석이 있다.

톰 크루즈는 “이 이야기는 부모들에게 일어날 만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한 바 있다. 레이에겐 외계 괴물의 공격보다도 아버지를 신뢰하지 않는 어린 딸을 보듬고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 더 난제였을지 모른다.

애초에 레이와 메리는 교양 수준도, 삶의 질도 몹시 다른 유형의 인물들이며 영화 ‘우주전쟁’ 초반부터 레이는 메리와 자신의 아이들과 메울 수 없는 거리감이 있음을 드러낸다. 피난 상황에서 레이가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온전히 믿지 못한다.

끝내 보스턴에 있는 엄마에게 아이들을 데려다 주었을 때도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과는 달리 레이의 표정은 착잡함을 숨기지 못한다. 이 때 네 사람의 만남을 한 가족의 재결합으로 연관짓기는 부적절하다.

영화 ‘우주전쟁’ 주제

'우주전쟁'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였으나 아이들의 존재 등 약간의 추가된 설정이 있다. '미지와의 조우''E.T' 등에서 친근하고 무해한 외계인들을 영화의 소재로 삼았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통의 외계 괴물을 '우주전쟁'에 투입한 것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우주전쟁'은 SF라기보다도 약간 변형된 플롯의 스필버그식 가족드라마로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또한 미국 동부에서부터 시작된 외계 생명체의 공격이란 설정은 자연스레 9.11테러를 연상시킨다. 정리하자면 '우주전쟁'은 9.11테러로 촉발된,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공포가 잠재된 새로운 유형의 재난영화다.

영화 ‘우주전쟁’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린 시절부터 홈카메라로 영화찍기를 즐겼을뿐 아니라 그 영화를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보여주기까지 했던, 영화적 감각과 수완이 남다른 인물이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스필버그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입사해 TV시리즈를 만드는 일을 했다.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그의 첫 극장용 영화인 '슈가랜드 특급'(1974)은 실화를 바탕으로 연출했으며, 코미디 센스와 뛰어난 서스펜스의 조율에 있어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이후 대부분의 작품이 흥행과 비평에 두루 성공적이었다. '죠스'(1975) '미지와의 조우'(1977) '레이더스'(1981) 'E.T'(1982) '인디아나 존스'(1984) '컬러 퍼플'(1985) '쥬라기 공원 3D'(1993)와 기획을 맡은 '빽 투 더 퓨처' 시리즈 모두가 그러했다. 특유의 보수적인 가족주의와 인종주의, 전통적인 구조를 따르는 젠더의식 등이 약간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1990년대 이후로는 오랫동안 작가로서 품어온 세계관을 그려내는 데 더욱 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쉰들러 리스트'(1993)는 제66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음악상(존 윌리엄스), 촬영상(야누즈 카민스키), 미술상(알란 스타스키), 각색상(스티븐 자일리언)을 모두 석권했다. '아미스타드'(1997)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도 휴머니스트 작가로서의 그의 입지를 공고히 한 작품이었다.

그 뒤 만든 '에이 아이'(2001)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터미널'(2004) 등은 기술과 인간, 인간과 소외를 좀 더 가벼운 대중영화의 호흡으로 담아낸 명작들이다. 가장 최근엔 우아한 클래식 두 편, '스파이 브릿지'(2015)와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자이언트'까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BS 영화 ‘우주전쟁’은 28일 밤 10시 45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