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콜릿’ 신비한 초콜릿이 전하는 달콤하고 재미있는 사랑이야기

29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영화 ‘초콜릿’ (원제: Chocolat)을 방영한다.

2000년 제작된 영화 ‘초콜릿’은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줄리엣 비노쉬, 주디 덴치, 알프레드 몰리나, 레나 올린, 조니 뎁, 캐리-앤 모스 등이 출연했다.

영화 ‘초콜릿’ 줄거리

먼 옛날, 프랑스의 조용하고 보수적인 작은 시골 마을에 서늘한 북풍이 들이닥친다. 기이한 바람과 함께 온 비앙(줄리엣 비노쉬)은 초콜릿을 만드는 여자다. 비앙은 어린 딸 아눅(빅투아르 티비솔)을 데리고 마을에 초콜릿 가게를 연다.

비앙은 호기심에 가게를 기웃거리던 이웃들을 데리고 들어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초콜릿을 선물하고, 초콜릿을 맛본 마을 사람들은 무미건조하던 삶에 기분 좋은 흥분과 정열을 되찾는다. 염세적인 노인으로 늙어가던 아망드(주디 덴치)는 비앙에게 조금씩 속내를 꺼내놓으며 외로운 마음을 치유해간다.

▲ '초콜릿' 스틸 컷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마을 여자 조세핀(레나 올린)은 비앙에게로 도망쳐와 비앙과 친구가 된다. 조세핀도 초콜릿 가게에서 초콜릿 만드는 법을 배우며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완고한 레너드 시장(알프레드 몰리나)과 조세핀의 남편 세지는 초콜릿이 마을 사람들을 이상한 기운에 불타게 한다며 비앙과 초콜릿 가게를 보이콧한다. 그러던 중 마을을 찾은 집시들이 마을에 머물게 되며 비앙과 마을 사람들의 갈등은 더 커져간다.

비앙은 집시 루(조니 뎁)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을 방랑하게 만드는 북풍이 다시 불어오자 급히 마을을 떠나려 하다 아눅의 간곡한 요청으로 마을에 머무르기로 한다. 바람을 따라 헤매다니던 비앙은 약간의 변화를 겪는다. 차가운 북풍이 사그라들고, 마을에도 여름이 찾아와 따뜻한 남풍이 불어온다.

영화 ‘초콜릿’ 주제

바람과 같은 여자가 만드는 초콜릿, 따뜻하고 달콤한 그것은 건조하고 메마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인다. 뜨끈해진 가슴으로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곁에 있는 이에게 관심을 가지며 곧 미열로 달아오른다. 신비로운 여자와 초콜릿은 평이한 일상엔 없는 특별한 것, 사랑이다. 사랑이 일상을, 인생을 구원한다. ‘초콜릿’은 몽환적이고 은근하게 사랑의 효능을 전하는 영화다.

영화 ‘초콜릿’ 감상포인트

‘초콜릿’은 여성적 연대의 가능성을 긍정한다. 고루한 권위는 마을 여성들이 손잡음으로써 약해져 간다. 조세핀은 고유한 유별남으로 인해 가정폭력에 희생되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고독한 노인 아망드는 딸과 손자와 남보다 못한 사이로 살아가며 갈수록 고집스러워진다. 궁지에 몰린 두 여자가 비앙과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아눅도 포함해) 네 여자는 유사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만든다.

그리고 그들의 공동체는 어떤 권위보다 견고하다. 네 여자의 연대와 그들의 사랑은 바싹 말라있던 마을 사람들의 관계를 유연하고 촉촉하게 만들기도 한다. 레너드 시장과 비슷해보였던, 아망드의 딸 캐롤린(캐리-앤 모스)도 결국엔 모친을 이해하고 사랑과 긍정의 기운을 받아들인다.

여성배우들의 변신도 눈여겨 볼만하다. 카리스마의 주디 덴치가 꼬장꼬장한 노파로, 비련의 여인이곤 했던 줄리엣 비노쉬가 활력 넘치는 마녀(?)로, 잉마르 베리만, 로만 폴란스키, 시드니 루멧의 영화에 출연했던 레나 올린이 가정폭력에 희생당하는 연약한 여인으로, 일련의 B급 액션영화와 ‘매트릭스’ 시리즈의 ‘트리니티’로 이름을 알린 캐리-앤 모스가 청교도적인 성향의 부인을 연기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물론 ‘초콜릿’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여성은 ‘뽀네뜨’(1997)의 히로인, 빅투아르 티비솔이다. 덧붙이자면, 당시 조니 뎁은 “‘초콜릿’ 촬영 중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게 해서 이제는 초콜릿이 싫어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 ‘초콜릿’ 감독 라세 할스트롬

라세 할스트롬은 스웨덴에서 10년여를 TV연출자, 코미디 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그룹 아바의 콘서트 영상을 모은 '아바: 더 무비'(1977)로 이름을 알렸으나 그 뒤의 작품들은 대개 사랑과 결혼, 육아 등 생활감이 짙게 밴 코미디 영화들이었다. 그리고 스웨덴 시골마을 친척집에서 살게 된 열두 살 소년의 성장담을 담은 '개 같은 내 인생'(1985)으로 평단에서도 인정받는다.

그 뒤에 만든 영화도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원작 동화를 영화화한 '시끌벅적 마을의 아이들' 시리즈였다. 그러다 1990년대 초 스웨덴에서 할리우드로 건너와 유러피안의 감수성으로 만든 일련의 영화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랑의 울타리'(1991) '길버트 그레이프'(1993) '사랑 게임'(1995) '사이더 하우스'(1999) 등 할리우드에서 만든 초기작들은 모두 할스트롬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잘 살아난 영화들이었다. 주변부에 머물며 결핍된 삶을 사는 주인공들의 삶에 깊이 관심을 두고 있으며 가족애와 인간애를 드러내는 작품들로 현재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감독이다.

EBS 영화 ‘초콜릿’은 29일 밤 10시 45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