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 호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이어지는 소년과 말의 운명적 사랑

9일 EBS 일요시네마에서는 영화 ‘워 호스’(원제: War Horse)를 방영한다.

2011년 제작된 영화 ‘워 호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제레미 어바인,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히들스턴, 에밀리 왓슨 등이 출연했다.

영화 ‘워 호스’ 줄거리

영국의 고요한 마을 데번에서 태어난 말 조이가 ‘워 호스’의 주인공이다. 조이의 주인인 소년 알버트(제레미 어바인)는 조이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며 애정을 한껏 쏟는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조이의 운명에도 고난이 불어닥친다. 매끈하고 잘 생긴 조이는 전장으로 끌려가 수난에 가까운 고역을 치른다.

처음에는 장군의 말이 돼 전장을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이내 적군에게 잡히고 만다. 조이는 부상병들을 호송하는 수단이 됐다가 군사 장비의 수송 방편이 되기까지 한다. 매 순간이 위기의 연속이다.

하지만 조이는 그 어떤 말들보다도, 아니 그 어떤 인간보다도 늠름하고 의연하게 이 고통을 이겨나간다. 마치 품이 너른 영웅이 있다면 아마도 조이의 이러한 면모와 닮지 않았을까 싶은 순간들이 있을 정도다.

우여 곡절 끝에 결국 조이는 살아남아 고향인 데번의 언덕을 다시 밟는다. 석양이 드리워진 그곳을 조이가 알버트와 함께 걸어갈 때 퍽 인상적이다. 마이클 모퍼고의 소설 ‘조이’를 영화한 한 작품이다.

▲ '워 호스' 스틸 컷
영화 ‘워 호스’ 주제

스티븐 스필버그는 공공연히 ‘워 호스’를 연출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위험한 세계로 나가게 된 젊은 영웅이 긴 여정 끝에 지혜와 새로운 인생관을 갖고 돌아오게 된다는 전통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 바람은 꽤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물론 조이라는 말을 통해서 이룬 성취다. 흔히 고난을 겪지만 무사히 귀환하는 전쟁 서사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

하지만 ‘워 호스’의 중심에는 동물인 말 조이가 있다. 조이가 전쟁을 통해 어떤 고난을 겪고 그 끝에 어떻게 고향 집으로 되돌아오는가를 중심에 두고 인간 군상을 엮어나간다. 조이의 끈기와 생명력이 살아서 귀향하려는 전쟁 속 인간의 열망과 결합하면 서사에 더 큰 힘을 불어넣는다.

영화 ‘워 호스’ 감상 포인트

‘워 호스’의 미덕과 미학은 전적으로 필름으로 촬영된 화면에서 온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오히려 거장 스필버그의 시선은 고전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필름 룩으로 옮겨간 듯하다. 조이가 뛰어 노는 푸른 들판, 어둑하고 안개 자욱한 듯 죽음의 그림자가 짙은 전장의 극적인 대비는 필름으로 촬영된 화면 속에서 더 극명하게 전해진다.

더불어 눈여겨 볼 것은 조이의 놀라운 연기다. ‘워 호스’의 촬영 전부터 스필버그는 CG 작업을 최소화하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에 따라 말의 훈련을 철처히 해갔다. 스필버그 그 자신도 수십 년째 말을 키워온 걸로 알려진 만큼 말과 인간의 교감을 누구보다 중요시 여긴 듯하다.

영화 ‘씨비스킷’에 참여했던 수석 말 조련사 바비 로브그린을 섭외해 촬영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조이는 총 14마리의 비슷하게 생긴 말들을 훈련해 돌아가면서 촬영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눈에 거슬리지 않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말과 인간의 연기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영화 ‘워 호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사를 쓴다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는 꽤 많은 장을 허락해야할 것이다. 그만큼 20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감독에 대해서 말하는 건 쉽지 않다. SF, 어드벤처 장르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영화를 보여주기도 했다가 휴먼드라마와 사실성 짙은 서사로 유려한 영화적 고민을 풀어내기도 한다.

그 와중에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말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건 ‘보편적인 인류애’일 것이다. 그는 인간애라는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진부하거나 신파적으로 흐르지 않게 그려나가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줘 왔다.

‘워 호스’에서도 그런 그의 시선이 한껏 느껴진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 그는 인간과 동물의 사랑과 우정, 역경을 인내와 의지로 극복해가는 과정, 그 끝에 이룬 감미로운 재회라는 대장정을 그려나갔다.

EBS 영화 ‘워 호스’는 9일 오후 2시 15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