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공감’ 낙원상가, 한국인만 모르는 세계적인 낙원 악기상가…그리고 다시 뭉친 쌍투스

24일 방송되는 KBS 1TV ‘다큐공감’에서는 ‘낙원상가 살리기, 내 인생의 콘서트’ 편이 방송된다.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낙원상가. 48년된 건물이 앞으로도 50년은 끄떡없다? 한국인만 모르는 세계적인 악기상가. 한물간 추억의 장소였던 낙원상가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오전 9시면 시작되는 낙원상가의 하루. 2층과 3층에 빼곡하게 자리잡은 300여 개 상점의 철문이 하나 둘 올라가고 조명이 켜지면 금빛 악기들도 소리 없이 새 주인을 맞은 채비를 한다. 낙원상가가 보유한 악기는 줄잡아 수십만 점. 소소한 악기 액세서리부터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가 악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1968년, 서울 한복판에 들어선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건물, 낙원아파트. 당시로선 초고층이었던 15층 규모의 아파트 건물은 5층짜리 상가 건물이 딸려있다. 처음에는 다양한 상품을 파는 만물상같았던 곳이 차차 약 300개 규모의 악기상들이 모여들더니, 어느 새 세계의 악기 전문가들이 알아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문악기상가’로 성장했다.

▲ 사진 : KBS
한국의 포크가수치고 이곳을 거쳐가지 않은 사람이 없고, 이곳에 와서 폼나는 기타 하나 사는 것이 소원이었던 10대들이 성장해 오늘날 한국의 5,60대가 되었다. 건물엔 지금도 1960년대식 한글표기인 ‘낙원삘?’이란 현판이 붙어있고 건물 안에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이곳은 통기타 열풍에 힘입어 1980년대까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노래 반주기와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상대적으로 악기 수요가 크게 줄어 낙원상가도 침체기를 맞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도심 재창조 명목으로 철거 위기까지 내몰렸다. 낙원상가의 역사는 그렇게 부침을 거듭했지만, 상인들은 악기만 바라보며 수십 년 묵묵히 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은 지 50년이 다 돼가고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도 역사 속에서 사라질 때가 다가왔다. 그런데 건물안전진단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되가는 건물이 안전도 검사에서 B급 판정을 받은 것이다.

더구나 건물의 주 재료가 한강의 모레와 자갈돌이어서 관리만 잘하면 100년도 넘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낙원상가는 하루아침에 ‘철거 대상’에서 ‘보존대상’으로 바뀌었고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있던 상가사람들의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악기와 음악을! 보통 사람들에게 내 인생의 악기를 만들어준다. 대를 이어 악기상의 자리를 지켜가는 이들. 연주가의 꿈은 접었지만 연주가들의 친구가 된 상인들의 우정

낙원상가의 악기상들은 낙원상가가 그들의 일터만이 아니라 서울 시민과 함께 누리는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으로 시민들과 음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반려악기’ 캠페인과 중고악기기부캠페인이다.

▲ 사진 : KBS
음악가나 시민들에게 중고악기를 기부받아 이를 수리한 다음, 악기가 필요한 학교, 직장, 개인들에게 이를 공급해주고, 필요한 경우 직접 레슨을 하거나 평소 관계가 좋은 은퇴한 음악인/대중음악인들의 도움을 받아 레슨을 해준다. 특히 인근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미생들을 위한 특별 레슨은 점점 신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낙원상가의 역사가 50년이 다 되어가는 만큼 악기매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상가 내 가장 오래된 현악기 전문점 중 하나인 '한양악기' 최신해 사장은 아버지에 이어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인의 가게를 이어받은 ‘에클레시아’ 박주일 대표는 자신이 기타를 치는 것을 보고 자란 아들이 기타리스트의 길을 가는 것을 결국 막지 못했다. 할아버지대로부터 시작된 음악에 대한 유전자를 이제는 인정하고 아들의 길을 묵묵히 지원하고 있다.

키보드와 신시사이저 등 음향기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일뮤직' 유강호 사장(상가번영회장)은 낙원상가의 전통성과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강조한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악기전문상가를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이 투철한 그는 누구보다 상가의 부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낙원상가 40년 단골손님 쌍투스, ‘그대 있는 곳까지’로 대학가요제 입상한 아마추어 기타동아리의 우정! 우리에게 음악과 기타를 안겨준 낙원상가를 살려라! 토박이 악기상과 40년 단골손님이 함께 만드는 감동콘서트

사람들은 옛 스타일의 건물만 보고 낙원상가를 낙후된 공간이나 추억의 장소쯤으로 인식한다. 이런 인식을 바꿔보고자 악기상들이 머리를 모았다. 이에 지원부대도 출동했다. 바로 1970~80년대 명성을 떨친 통기타 동아리 '쌍투스'의 초기 멤버들이다.

▲ 사진 : KBS
1971년 창단 이후 40년 넘게 낙원상가와 단골을 맺어온 쌍투스와 번영회 회원들은 상의를 거듭한 끝에 건물 4층에 마련된 야외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열기로 결정한다. 낙원상가를 추억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내 인생의 콘서트'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 낙원악기상가에서 기타를 사고 평생 그 기타를 고쳐 써가며 노래를 놓지 않고 살아온 사람. 음악전공자가 한 사람도 없지만, 음악을 친구삼아 살아오는 그들은, ‘자신의 청춘과 낭만의 기억’이 있는 낙원상가 살리기에 동참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공연에 출연할 멤버들을 모은다.

'내 인생의 콘서트'는 낙원상가의 미래를 위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콘서트다. 쌍투스의 노래를 들으며 누군가는 젊은 시절을 추억하고, 또 누군가는 세월을 뛰어넘는 음악의 힘에 매료된다. 그렇게 음악으로 신구세대가 하나되는 공간, 음악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낙원악기상가의 이야기가 찾아간다. KBS 1TV ‘다큐공감’은 24일 밤 8시 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