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미드나잇 썬’ 류준열 데뷔작, 소수자의 일상과 그들이 매일 부딪히는 벽

28일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영화 ‘미드나잇 썬’을 방영한다.

2013년 제작된 영화 ‘미드나잇 썬’은 강지숙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리후, 서예린, 나경민, 박성민, 류경수, 류준열, 백건희 등이 출연했다.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은 이 영화에서 동준의 친구 중 하나로 잠깐 등장하여 깐죽거리는 연기를 잠깐 보여준다.

영화 ‘미드나잇 썬’ 줄거리

병우와 희수는 구화교육을 받은 청각장애인 남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4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병우는 신참의 실수로 억울한 누명을 쓴다. 같은 시간 희수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동준을 처음 만나 동준의 친구들과 함께 그들의 아지트에 따라 가게 되는데...

▲ 사진 : KBS
영화 ‘미드나잇 썬’ 연출의도

학창시절 말 수가 적은 아이는 흔히 착한 아이로 설명되곤 했다. 그 아이가 정말 착한 아이인지 아니면 단지 말 수가 적을 뿐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그저 보고 싶은 대로 볼 뿐이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미디어에서 표현되는 소수자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나는 이런 방식의 끊임없는 타자화가 소수자를 더욱 고립시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소수자는 동정해야할 대상도 아니고, 특별한 선함을 가진 천사도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나는 청각장애인 남매의 어떤 하룻밤을 통해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소수자의 일상과 그들이 매일 부딪히는 벽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 ‘미드나잇 썬’ 영화에 관해 궁금한 것들

Q. ‘미드나잇 썬’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이하 강지숙 감독) 지인과 대화를 하던 중 ‘어느 청각장애인에게 소원을 물었는데 그 소원이 뭐였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짧은 순간에 당연히 듣는 게 소원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다 듣지 못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에 놀랐고, 왜 내가 당연히 듣는 것이 소원이라고 생각했는지에 대해 문제의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싶어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Q. 바닥에 엎어진 음료수라니, 첫 컷부터 매우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프롤로그를 구성하셨나요?

A. 사실 프롤로그는 영화의 내러티브에 도움이 되는 장면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업과정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수정하지 않은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흑백의 타일 바닥과 그 위에 엎어진 콜라가 이분법화 된 사회 속 소수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프롤로그를 통해서 일상에선 느낄 수 없는 낯선 시청각적 체험을 해보길 바랐습니다.

Q. 장소이동이 많은 편이고, 패스트푸드점, 화장실, 노래방 등 한정된 장소에서 촬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A. 먼저 서울이라는 공간이 잘 드러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종로, 24시 패스트푸드점, 달동네, 지하철 등등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공간 속에 인물을 계속 배치함으로서 주인공들이 지금 내 곁을 스치는 사람으로 느껴지길, 영화 속 이야기가 바로 내 가까운 곳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들로 받아들여지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촬영하면서는 패스트푸드점 헌팅이 어려워 부엌, 매장내부, 외관을 다른 날 여러 곳에서 나눠찍어야 했던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Q. ‘미드나잇 썬’ 배우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주연배우 병우를 연기한 김리후와 서예린 배우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A. 주연배우를 연기한 김리후 배우는 정말 신기하게도 시나리오 작업 초반에 우연한 소개로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리후 배우는 실제 청각장애인이지만, 구화교육을 받아 제 입모양을 능숙하게 읽고 말할 수 있어서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대신 가끔 의사전달이 안 될 때는 필담을 나누었습니다. 희수역 캐스팅을 위해 경기예고 졸업영화제에 갔었습니다. 그때 서예린 배우가 눈에 띄어 오디션 제의를 했습니다. 이미지도 좋았지만 오디션 때 수화 연기를 준비해 온 것이 인상 깊어 캐스팅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리허설 과정에서는 리후 배우가 예린 배우의 수화 연기와 구화 연기를 도왔습니다. 쉬운 연기가 아닌 만큼 예린 배우는 리후의 영상을 녹화해 따로 연습하는 등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Q. 병우와 희수 이외에도 좋은 연기를 해준 배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매니져 역의 ‘나경민’ 배우나 고등학생 동준 역의 ‘류경수’, 병훈 역의 ‘류준열’ 배우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A. 나경민, 류경수 배우는 이전에 같이 한 연극작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사이였습니다. 그때 친해져서 제가 영화 작업 제의를 했을 때 선뜻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줬습니다. 그리고 류준열 배우는 당시에 프로필을 받아 오디션을 진행해 캐스팅 하게 되었습니다.

Q. 어려운 촬영이었지만 그만큼 애착이 가는 장면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촬영 과정의 에피소드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A. 패스트푸드점 내부 촬영을 인천에서 진행했는데 그날 태풍 볼라벤이 인천에 상륙한다는 뉴스를 보고 진지하게 촬영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게 생각이 납니다. 급한 대로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고 마음 졸이며 촬영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행히도 촬영을 다 마친 아침에 태풍이 도착해서 비를 홀딱 맞기는 했지만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

Q. “세상 사람들이 다 못 들었으면 좋겠어.”라는 희수의 대사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A. 이미 얘기했지만 사실 ‘미드나잇 썬’은 “세상 사람들이 다 못 들었으면 좋겠어.”라는 말로부터 시작한 영화입니다. 제가 맨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때의 당혹스러웠던 심정처럼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희수의 대사를 통해 비슷하게나마 느끼길 바랐습니다.

Q. 감독님이 평소 좋아하는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영화 말고 관심 있는 예술분야가 있다면?

A. 평소에는 수잔 비에르 감독의 ‘인 어 베러 월드’처럼 아니러니와 딜레마를 다룬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라는 영화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또 창작자로서 그 밖의 관심 있는 예술분야가 있다면 음악인데 아무래도 재능은 없는 것 같습니다.

Q. 벌써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셨는데, 올해에는 <깊고 오랜 사랑>이라는 영화를 완성하셨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궁금한데, 어떤 내용인가요? 또 다음 영화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합니다. 감독님의 근황에 대해 전해주세요.

A. ‘깊고 오랜 사랑’은 몇 년 전 있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두 여고 동창생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요즘엔 SF적 요소가 들어간 미래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구상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미드나잇 썬’을 시청하는 시청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A.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오래전에 작업한 영화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질문지를 작성하는 것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제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류준열이 출연하는 KBS 1TV ‘독립영화관’ 영화 ‘미드나잇 썬’은 28일 밤 12시 10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