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夜のピクニック)온다 리쿠 (恩田陸) 밤이라는 것은 굉장히 특별하다. 때로는 차분하게 또 감성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더 나아가 분위기에 도취되어진듯 보다 많은 생각과 꿈 속에서 항상 마주하고 있다. 그러한 연유로 낮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독특한 시너지가 늘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특별한 것만은 사실이다.밤은 또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어울리기도 하며 그 여느 무리들중에서 북적거리기도 하지만 불빛 이면에 드리워진 어둠처럼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치기도 한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時給三○○円の死神)후지마루 (藤まる) 어느 겨울, 눈이 가득 쌓여있는 훗카이도의 도야 지방을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자연을 벗삼아 머리도 식힐 겸 도심에서 벗어나 이런 곳을 보통 좋아하기는 하지만, 무엇인가 이번 여행만은 특별했다. 생각하는 내가 아닌 내 스스로가 생각하는 주체가 되고 싶다고나 할까, 어떤 자리매김과 환경에 의해서 주어지는 역할에 의한 생각들이 이미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에서 해방되고 싶었나 보다.도야 호수를 바라보며 노천 온탕에 몸을 담갔다.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을
[토시키 아오야마] 최근 인텔리전스의 필요성이 일본에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보장 전문가인 에자키 미치오의 최신 저서인 ‘인텔리전스와 보수자유주의’의 신형 코로나로 보는 일본의 동향’(2020/5/27)을 읽어 보았다. 코로나 대책의 일환으로 아베 정권 하에서 창설된 국가안전보장회의 그리고 구미에서의 근현대사 재검토 동향을 근거로 하면서 인텔리전스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에자키 미치오는 이 책을 인텔리전스의 기본서로 규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련에 점령된 발트 삼국, 폴란드의 비극을 예
오후도 서점 이야기 (桜風堂ものがたり)무라야마 사키 (村山早紀) 요즘은 서점 자체가 주는 각별한 느낌이 없어졌다.넓은 실내와 잘 꾸며놓은 책장들 .. 또 많은 서적들이 있는 대형서점들은 아직 건재하지만 유년시절에서 봐왔던 정감어린 그 작은 마법의 가게는 없어졌다.나에게는 여느 버스 정류장 앞에 거의 항상 있었던 음반 가게와 서점이라는 존재는 항상 각별했는데, 이것은 늘 새로운 것을 동경하고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무한한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이어서 그랬었다. 그래서인지 그때 눈으로 봐오
음의 방정식 (ソロモンの偽証: 第Ⅲ部 法廷 下巻)미야베 미유키 (宮部 みゆき)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조금 당혹스러움이 컸다. 단순하게 음의 방정식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소리의 방정식? 하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엉뚱한 상상의 연계. 이것이 문제였고 읽어 내려가는 도중에 소리와는 전혀 관련 없는 드라마로 전개 되고있어, 이미 엉뚱한 플롯으로 꾸며진 나의 머릿 속 무대를 다시금 비워 내어야만 했다.다시 타이틀을 바라보고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보니 여기서 말하는 음의
하루, 100엔 보관가게 (あずかりやさん)오야마 준코 (大山淳子) 하루 100엔으로 나의 어떤 물건을 맡길 수 있다면? '보관'이라는 것은 참 어찌보면 참 매력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행동, 기억 등을 모두 아울러 '가지고 있어줄 수' 있다는 것이기에 말 자체로 굉장한 힘과 궁금증을 자아낼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어릴적부터 호기심이 많고 무엇인가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늘 그것들을 놓아두고 보관해야 할 공간과 자리의 싸움이 연속이었다. 모든 사물, 그리고 그것이 놓
흑사관 살인사건 (黒死館殺人事件)오구리 무시타로 (小栗 虫太郎) 가끔은 무엇인가 익숙해있는 일상이나 생각에서 벗어나 보고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나 볼거리로 흥미를 선사하는 것은, 계속되는 한계에 부딪혀 결국에는 일반적인 이야기로 돌아가기 일쑤여서 이에는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다.그래서 무엇인가 일반적이지 않은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 기서가 그 중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3대 기서라는 거창한 말을 떠나서 그 특유의
손가락 없는 환상곡 (シューマンの指)오쿠이즈미 히카루 (奥泉 光) 슈만의 피아노 작품들을 들어보면 언제나 느껴지는 것은, 그 불투명성과 몽환적인 환상에 놓여진 이채로움에 빠져든다는 것이다.쇼팽이나 리스트에서 느껴질 수 없는 그 특이성이 때로는 당혹스럽게 또 다르게는 낭만적으로 느껴지기에 더더욱 중독성이 강한 듯 하다.음악을 소재로 써내려가는 여러가지 소설들 중에서 이토록 슈만을 잘 묘사한 작품이 있을까.단순 미스테리 소설로 치부하고 읽어내려 가기에는 너무 많은 그만의 음악세계가 잘
끝나지 않은 노래 (終わらない歌)미야시타 나츠 (宮下奈都) 청춘의 아픔과 성장을 통해 커가는 이야기였던 전작의 여운을 그대로 안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여고생들이 아닌 사회인으로서의 그녀들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로, 전작과는 다른 현실이라는 제도에서 뱡향성을 잃고 헤매이는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하여, 아름다운 성장 드라마로 풀이해 나가고 있다.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 대한 적응과 타협에 의해서, 어쩌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미없는 길은 없고 값지지 않은 경험은 없다! 지금 마주하
언제까지나 쇼팽 (いつまでもショパン)나카야마 시치리 (中山七里) 드뷔시와 라흐마니노프에이어 나에게 선사하여줄 선물 꾸러미는 바로 쇼팽이었다. 미사키 요스케가 등장하는 세번째 작품으로 드뷔시 때 보여주었던 아름다움과 라흐마니노프 때의 매혹적인 색채를 지나 이번에는 드디어 쇼팽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추리소설인가 음악소설인가. 정의를 내리기 전, 내내 생각을 곱씹게 만드는 것은 진정 이 시리즈의 힘인 것 같다. 단순히 동기와 음악의 여운을 배경으로 한다고 치부하기에는 음악적인 요소가 많은 부분이 녹아 있어서 더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시마모토 리오 (島本理生)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며, 이것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을 하기 마련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주체하거나 정리할 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그것은 있는 그대로 투영되고는 하는데, 이것은 때로는 낯설게 다르게 다가올 때도 있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는 등장하는 몇 커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에게 사랑의 가치와 표현, 그리고 그렇게 다르다는 것, 상처가 있다는 것, 포장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 등의 이유로 멀게만 느껴지는 가치와 이유를 잔잔하게 되묻고 있다.평범하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날 (パンとスープとネコ日和)무레 요코 (群 ようこ) 바쁘게 살아가고만 있는 요즘. 항상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일상생활이라는 타이틀 뒤로 모든 일들의 가치와 소중함을 한번씩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 한줄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작품이다.이 소설이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유는, 어떠한 자극적인 진행이나 결말이 없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담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어찌보면 우리내의 일상 속에서 무디게 잊혀져왔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