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 방정식 (ソロモンの偽証: 第Ⅲ部 法廷 下巻)미야베 미유키 (宮部 みゆき)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조금 당혹스러움이 컸다. 단순하게 음의 방정식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소리의 방정식? 하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엉뚱한 상상의 연계. 이것이 문제였고 읽어 내려가는 도중에 소리와는 전혀 관련 없는 드라마로 전개 되고있어, 이미 엉뚱한 플롯으로 꾸며진 나의 머릿 속 무대를 다시금 비워 내어야만 했다.다시 타이틀을 바라보고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보니 여기서 말하는 음의
하루, 100엔 보관가게 (あずかりやさん)오야마 준코 (大山淳子) 하루 100엔으로 나의 어떤 물건을 맡길 수 있다면? '보관'이라는 것은 참 어찌보면 참 매력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행동, 기억 등을 모두 아울러 '가지고 있어줄 수' 있다는 것이기에 말 자체로 굉장한 힘과 궁금증을 자아낼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어릴적부터 호기심이 많고 무엇인가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늘 그것들을 놓아두고 보관해야 할 공간과 자리의 싸움이 연속이었다. 모든 사물, 그리고 그것이 놓
흑사관 살인사건 (黒死館殺人事件)오구리 무시타로 (小栗 虫太郎) 가끔은 무엇인가 익숙해있는 일상이나 생각에서 벗어나 보고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나 볼거리로 흥미를 선사하는 것은, 계속되는 한계에 부딪혀 결국에는 일반적인 이야기로 돌아가기 일쑤여서 이에는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다.그래서 무엇인가 일반적이지 않은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 기서가 그 중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3대 기서라는 거창한 말을 떠나서 그 특유의
손가락 없는 환상곡 (シューマンの指)오쿠이즈미 히카루 (奥泉 光) 슈만의 피아노 작품들을 들어보면 언제나 느껴지는 것은, 그 불투명성과 몽환적인 환상에 놓여진 이채로움에 빠져든다는 것이다.쇼팽이나 리스트에서 느껴질 수 없는 그 특이성이 때로는 당혹스럽게 또 다르게는 낭만적으로 느껴지기에 더더욱 중독성이 강한 듯 하다.음악을 소재로 써내려가는 여러가지 소설들 중에서 이토록 슈만을 잘 묘사한 작품이 있을까.단순 미스테리 소설로 치부하고 읽어내려 가기에는 너무 많은 그만의 음악세계가 잘
끝나지 않은 노래 (終わらない歌)미야시타 나츠 (宮下奈都) 청춘의 아픔과 성장을 통해 커가는 이야기였던 전작의 여운을 그대로 안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여고생들이 아닌 사회인으로서의 그녀들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로, 전작과는 다른 현실이라는 제도에서 뱡향성을 잃고 헤매이는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하여, 아름다운 성장 드라마로 풀이해 나가고 있다.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 대한 적응과 타협에 의해서, 어쩌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미없는 길은 없고 값지지 않은 경험은 없다! 지금 마주하
언제까지나 쇼팽 (いつまでもショパン)나카야마 시치리 (中山七里) 드뷔시와 라흐마니노프에이어 나에게 선사하여줄 선물 꾸러미는 바로 쇼팽이었다. 미사키 요스케가 등장하는 세번째 작품으로 드뷔시 때 보여주었던 아름다움과 라흐마니노프 때의 매혹적인 색채를 지나 이번에는 드디어 쇼팽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추리소설인가 음악소설인가. 정의를 내리기 전, 내내 생각을 곱씹게 만드는 것은 진정 이 시리즈의 힘인 것 같다. 단순히 동기와 음악의 여운을 배경으로 한다고 치부하기에는 음악적인 요소가 많은 부분이 녹아 있어서 더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시마모토 리오 (島本理生)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며, 이것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을 하기 마련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주체하거나 정리할 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그것은 있는 그대로 투영되고는 하는데, 이것은 때로는 낯설게 다르게 다가올 때도 있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는 등장하는 몇 커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에게 사랑의 가치와 표현, 그리고 그렇게 다르다는 것, 상처가 있다는 것, 포장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 등의 이유로 멀게만 느껴지는 가치와 이유를 잔잔하게 되묻고 있다.평범하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날 (パンとスープとネコ日和)무레 요코 (群 ようこ) 바쁘게 살아가고만 있는 요즘. 항상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일상생활이라는 타이틀 뒤로 모든 일들의 가치와 소중함을 한번씩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 한줄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작품이다.이 소설이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유는, 어떠한 자극적인 진행이나 결말이 없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담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어찌보면 우리내의 일상 속에서 무디게 잊혀져왔던
화과자의 안 (和菓子のアン)사사키 쓰카사 (坂木 司) 오랜 전통을 중시하는 다과중에 하나인 화과자는 그 모양도 방법도 다양해서 지금까지도 유행에 관계없이 꾸준하게 사랑받는 아이템 중에 하나이다.물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쿄 보다는 쿄토가 조금 더 화과자의 본래의 전통에 맞는 시너지를 지닐 수 있겠지만, 복잡한 대도심의 백화점을 무대로 하는 이 소설에서의 느낌으로는 보다 어울리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도쿄의 화과자점 '미쓰야' 에서의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그려 나가고 있다. 화과자가 주인공
후회병동 (後悔病棟)가키야 미우 (垣谷 美雨) 사람은 누구나 살아온 관점과 경험이라는 잣대에 의해서 추억이라는 것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런데 이것은 때로는 안타깝기도, 슬프기도, 기쁘기도한 여러 감정의 이미지를 담고 있을 것이다.추억이라는 것은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지만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또 어떤 매개체를 통해서 다가올 때도 있기도 한다.항상 그렇듯이 다가옴이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인데,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는 기억이 필요할 수도, 또 다른 이들
사랑 없는 세계 (愛なき世界)미우라 시온 (三浦 しをん) 어찌보면 우리는 통속적인 개념의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 또 어떠한 틀 안에서 주어진 관념에 의한 것을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 보면 그것은 자신에 삶에 녹아있는 열정과 또 그 주체에 대한 동경과 갈망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때로는 어설프기도 부족한 모습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가서는 본질적인 주체라는 부분에 관해서 보자면, 단순히 어떤 감정을 넘어서는 것이고 이것은 늘 우
마리카의 장갑 (ミ・ト・ン)오가와 이토 (小川 糸) 많은 곳으로 여행을 하고있다. 지금 있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방랑벽이 있어서 그런것도 아니다.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을 눈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추억이라는 상자에 자꾸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늘 이렇게 많은 추억과 경험을 마음의 상자에 담아두고는 했는데 요즘은 그것들이 삐죽 삐죽 새어나오는지 이것들을 열어보지 않고도 그 빛바랜 장면의 아주 작은 조각과 향기만으로도 매일매